금융정보 공유 및 공동검사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왔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각 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금융 및 외환시장 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이 한은이 단독 검사권을 갖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은법 개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복수의 금감원 및 한은 고위관계자는 13일 “금감원이 제2금융권 업무보고서와 금융회사 검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담은 검사서를 한은과 공유하기로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은도 금감원이 ‘개인 외환거래 명세’ 등 구체적인 외환 정보를 요청하면 합법적인 범위에서 모두 제공하기로 했다. 양 기관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정보 공유 양해각서(MOU)를 이달 말 공식 체결할 예정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보험 증권 저축은행 신협 등 모든 제2금융권 금융회사의 월별, 분기별, 연간 보고서 등 일체의 정보를 금감원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시장은 쇠사슬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 정보만으로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며 “제2금융권 정보를 받으면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금융회사 검사서도 한은에 제공하기로 했다. 검사서는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검사한 뒤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작성한 내부용 문건으로 그동안은 핵심보안 사항으로 분류해 외부와 공유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두 기관은 정보 공유 및 공동검사 등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특히 제2금융권 관련 정보는 한은이 요구할 때마다 금감원이 통화정책과 무관하다며 거부해 갈등의 불씨가 됐다.
두 기관은 국회로부터 ‘더 이상 갈등은 곤란하다’는 주문을 받고 6월 중순 “매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고 합의하면서 6월 말까지 MOU를 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유 범위를 놓고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합의가 지연돼 왔다.
금감원이 제2금융권 정보까지 전면 공유하겠다고 태도를 바꾼 것은 정보 공유마저 기피하다가는 한은법 개정에 대한 빌미만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그동안 현 체제로는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 대한 단독조사나 검사를 할 수 있게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감원은 이번 정보 공유에서 대폭 양보해 한은의 주장대로 됐기 때문에 단독검사가 포함된 한은법 개정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금감원은 한은이 금융기관 검사권이나 조사권을 갖게 되는 것을 고유 업무에 대한 침범으로 여긴다.
한은으로서도 정보 공유 확대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뿐 아니라 정부도 법 개정에 소극적이어서 한은의 희망대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