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은 한국이 팔고 실속은 일본이 챙긴다

  • 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對日 경상수지 적자 규모
10년간 200조원 달해
일본산 부품 사용구조 고착화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한국이 일본과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거래하면서 생긴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2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9∼2008년 대일(對日)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총 1749억4120만 달러(약 196조1100억 원)였다. 연간 대일 경상수지 적자는 1999년만 해도 55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2002년 1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2004년 221억3790만 달러 △2006년 252억1920만 달러 △2007년 288억1180만 달러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적자액은 253억880만 달러로 소폭 줄었지만 이는 원-엔 환율 급등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만성적인 적자구조는 그대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국내 기업이 일본산 부품소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미국이나 중국 등 제3국으로 파는 수출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부품소재 부문의 대일 상품수지 적자액은 209억4000만 달러로 전체 경상수지 적자의 82.7%를 차지했다.

원-엔 환율 상승으로 부품 수입단가가 비싸진 점도 경상수지 적자를 악화시킨 요인이 됐다. 원-엔 환율은 2007년 말 828.33원에서 작년 말 1469.96원으로 급등했다.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정보기술(IT) 회사의 비용 부담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인은 소득이 늘어도 한국 제품 소비량을 별로 늘리지 않는 반면 한국인은 소득이 늘 때 일본 제품 소비량을 크게 늘리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소득증가율이 일본보다 높은 추세가 유지되면 대일 경상수지 적자도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품소재 산업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유동성 위기 때문에 매물로 나와 있는 기술력 있는 외국 부품소재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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