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잠잠했던 시장금리가 들썩이고 있다. 4개월간 움직이지 않았던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국고채 금리의 오름세도 눈에 띈다.
기준금리가 연 2%로 6개월 연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기준금리가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단기물의 급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 들썩이는 시장금리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91일물 CD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2.47%로 마감해 3월 6일(2.4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CD 금리는 13, 14일 이틀 만에 0.05%포인트나 올랐다.
국고채 금리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14일 3년, 5년,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모두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5.06%로 마감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13일)은 지난해 11월 28일(5.04%) 이후 9개월 만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61%로 이달 들어서만 0.24%포인트 올랐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5.53%로 전날보다 0.04%포인트 급등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시장금리가 들썩이는 이유로 8월 금통위 이후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들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은 금융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되 3분기 경제상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4분기 중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1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대규모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10월 말까지 끝낼 것이라고 밝혀 ‘출구전략’의 초기 단계 진입을 시사한 것도 금리 상승의 이유로 풀이된다.
현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CD 금리는 단기적으로 최소 2.55∼2.60% 수준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도 경기 개선 정도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CD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
CD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중은행들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다. CD 금리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는 이번 주 연 2.68∼4.38%에서 다음 주 연 2.71∼4.41%로 오른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다음 주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이번 주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3.35∼4.65%와 연 3.25∼4.65%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CD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 들어 CD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자 대출 역마진을 걱정한 은행들이 금리 책정 때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대폭 올려놓은 상태여서 CD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