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종업원을 대규모 감원한 것과 달리 국내 대기업들은 이 기간에 종업원 수를 유지해 대조를 이뤘다.
16일 시가총액 상위 100대 제조업체(금융회사 제외)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총종업원은 6월 말 현재 63만90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6월 말 63만7201명에 비해 1862명(0.29%)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작년 말(63만5690명)에 비해서는 3373명(0.53%)이나 늘었다. 지난 1년간 가장 큰 폭으로 종업원이 늘어난 기업은 LG디스플레이로 4593명이 늘어 증가폭이 27.27%나 됐다. 신세계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2217명, 1560명을 늘렸다.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감원 계획을 세워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시급 직원 6000여 명을 특별 퇴직시킨 데 이어 연말까지 추가로 75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회사인 인텔을 비롯해 IBM, 필립스, 크라이슬러, 스타벅스, 모토로라 등도 감원 계획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의 종업원이 오히려 증가한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일자리 나누기 대책과 기업의 구조조정 자제 움직임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후유증을 겪었던 대기업들은 이번에는 본격적인 구조조정 대신 임금 동결, 근로시간 조정 등 ‘고통 나누기’ 전략을 선택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금융위기에도 인력과 급여 부분에서 조정이 거의 없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외환위기를 통해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해외 기업처럼 대규모 감원이 없어 내수 감소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내 경기가 다른 국가와 달리 상대적으로 빨리 회복되는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고통 나누기 전략으로 종업원들의 체감 급여 수준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를 줄이거나 동결한 기업이 많아 소비자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임금 소득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