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불황형 흑자 끝나나

  • 입력 2009년 8월 17일 17시 03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올해 300억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보일 전망입니다. 경상수지는 수출입과 관광 같은 데서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얼마를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흑자가 나면 좋지만 문제는 불황형이라는 점입니다. 수출이 좋아져서 흑자가 커지는 게 아니라 경기침체 속에서 수출이 감소하는데 수입은 이보다 더 줄어 흑자가 난다는 것이죠. 줄어드는 수입에는 기계나 부품 등 자본재가 많습니다. 수입이 줄면 당장 지갑은 두둑해지겠지만 나중에 먹고 살 게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꺼리입니다.

1998년 동남아 외환위기 때도 불황형 흑자를 경험했죠. 당시 수출은 전년보다 3% 감소했지만 수입은 36%나 줄었습니다. 이번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여파에 따른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고 수입은 35%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종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 감소한 61억 달러, 수입은 51% 감소한 81억 달러였습니다. 20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낸 거죠.

보통 월초에는 수입이 많고 월말에는 수출이 많아집니다. 이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4월과 7월의 첫 열흘간 각각 10억 달러의 흑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입 증가세가 두드러집니다. 기업들이 설비투자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런 추세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봐도 확인이 됩니다. 일본에 대한 수출에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을 뺀 대일 무역수지는 늘 적자입니다. 적자 규모가 4월 25억 달러, 5월 17억 달러로 줄어들다가 6월 22억 달러, 7월 24억 달러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일 적자의 증가는 자본재나 부품 소재 수입이 늘어난다는 의미죠. 대일 적자를 줄일 궁리를 하면서도 이번엔 대일 적자가 증가한다는 소식에서 경기회복세를 확인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올 가을에는 수입과 함께 수출도 본격 회복돼간다는 소식이 뒤따라야 하겠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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