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사업확장 자제,매출은 5% 증가에 그쳐
“3분기가 진짜 승부처”환율-부양효과 떨어져
국내 상장법인들이 올해 2분기에 장사를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 정부가 돈줄을 푼 덕분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그룹 등 10대 그룹의 순이익이 골고루 늘어났고 1분기 적자였던 업종 대부분이 흑자로 전환했다.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매출액 증가세보다는 영업이익 개선이 눈에 띄어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자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는 18일 코스피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29곳 중 올해 1분기와 비교가 가능한 569곳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상장사의 2분기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8391억 원과 13조3663억 원으로 1분기보다 무려 746.3%와 104.8%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은 214조6017억 원으로 1분기보다 5.1%만 증가했다.
국내 10대 그룹에 속하는 회사들과 그렇지 않은 회사들을 분리해서 살펴봐도 실적 개선 현상이 뚜렷했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63곳의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조1626억 원과 9조494억 원으로 1분기 대비 63.8%와 280.4% 늘어났다. 10대 그룹에 속하지 않는 494곳의 2분기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1조9778억 원에서 4조4436억 원으로 124.7% 증가했고, 순이익은 8173억 원 적자에서 4조1394억 원 흑자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0대 그룹의 경우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주력인 회사들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은 2분기 순이익이 각각 181.1%, 344.1%나 증가했다. LG그룹은 1분기 741억 원 적자였지만, 2분기에는 무려 2조2139억 원의 흑자를 내며 흑자전환했다.
반면 상반기에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던 조선과 건설이 주 종목인 회사들은 2분기에 오히려 순이익이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은 1분기 대비 2분기 순이익에서 각각 ―24.1%와 ―2.7%를 기록했다. SK그룹도 순이익이 4.6% 줄었고, 한진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이익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이익이 전 분기보다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거나 장담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상반기 내내 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또 10대 그룹 계열사들을 포함해 수출형 기업들은 상반기에 원화 약세라는 대형 호재를 톡톡히 누렸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가 실질적인 상장사들의 실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17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3분기에는 원화절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수출 기업들은 그동안 얻었던 가격 경쟁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회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