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은퇴한 베이비부머, 시장에선 여전히 ‘부머’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중국 증시의 조정(Pullback)을 시작으로 세계 증시가 조정에 들어섰다. 경기 펀더멘털에는 변화가 없는 기술적 조정이라면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 외에는 조정의 근거나 이유가 없다. 그래도 핑곗거리는 찾아야 한다. 중국 증시 조정의 핑계는 인플레이션 우려다. 즉 증시 과열로 정부의 금융긴축정책(출구전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미국 증시의 조정 이유는 중국 증시의 조정 때문이지만 핑계는 디플레이션 우려다. 즉 경기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에 대한 불안감이다.

미국이 소비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유는 첫째 10% 가까이 급증한 실업률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 둘째는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어 고용이 회복되더라도 소비가 증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거기에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에 따른 소비 감소 우려가 가세했다. 그동안 소비의 핵심 주체였던 40, 50대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베이비 부머의 소비가 미국의 경기와 주식시장에서 핵심 주체로 부각된 계기는 해리 덴트가 쓴 ‘버블 붐’이라는 베스트셀러 투자서였다. 해리 덴트는 유통업에서 사용하는 인구통계학을 주식시장 예측에 적용해서 1990년대 강세장과 2000년 IT버블 붕괴 이후의 강세장 회복을 정확히 예측해 주식시장의 구루(스승)로 등극했다. 그 후 해리 덴트가 사용한 인구통계학과 인구통계를 이용한 그의 논리는 증시전문가들이 주식시장의 예측에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40, 50대는 소비와 투자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하는 세대이며 이 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이기 때문에 인구 층이 가장 두껍고, 부를 가장 많이 축적한 세대다. 소비와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를 가장 많이 할 능력을 갖춘 세대이기 때문에 이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식시장의 랠리를 이끌어 온 것이다. 이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경기의 원동력이었던 이들의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고, 자산을 매각해서 생활비로 써야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약세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국도 미국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사라질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제도권 직장에서 세대 간의 전쟁에서 밀려난 조기 은퇴세대들은 여전히 비제도권에서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도심에 있는 사무실이나 오피스텔에는 젊은 세대에 떠밀려 조기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점점 더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 통신수단의 발달로 제도권이나 비제도권이나 정보의 차별이 없어졌으며, 인적 네트워크로 결속해 제도권의 조직력에 맞서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경제력보다 오히려 이들의 경제력이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소비와 투자시장에서 왕성하게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보유한 돈은 배우자나 2세들이 왕성하게 소비하고 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는 경제활동에서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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