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한 한 업체가 생산거점의 중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기업 가운데 그나마 경영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업체가 해외 이전 결정을 내림에 따라 북한 측의 통행 차단 조치 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개성공단의 조기 회복도 불투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인 A사는 ‘중국 톈진(天津)에 지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4월 수출입은행에 ‘해외직접투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 대표는 “북측의 도발로 크게 휘둘릴 수 있는 개성공단만 바라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임금수준 등을 고려해 중국에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용지 물색 등 실무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실제로 개성공단 기업협회는 최근 “통행차단과 핵실험 등으로 바이어의 신뢰를 잃으면서 주문이 취소돼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생산거점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하는 것을 검토하거나 철수를 고려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후발 업체와 달리 2005년에 먼저 입주한 15개 시범단지 업체들은 양질의 근로자들을 선점해 대부분 투자비를 회수했을 정도로 비교적 유리한 생산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북측의 12·1 통행제한 조치에 이어 북핵 실험, 임금인상 요구 등 남북경색이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바이어들이 대거 이탈했고, 이에 따라 입주기업들의 수익성도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기업들의 경영상황이 나빠지면서 일부 기업에선 대출연체도 나타나고 있었다. 수출입은행이 차명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출 및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2005년 시범단지에 입주한 B사가 공장 건립 목적으로 남북협력기금 42억 원(3년 거치, 8년 분할상환 조건)을 대출받았으나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째 원리금 4200만 원을 연체하고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대출금을 쓰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모두 28개사로 지난달 말 현재 대출 잔액이 659억4600만 원이었다. 업체당 23억5500만 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6개월 이상 대출을 연체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B사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통상 일반기업이 3개월 이상 정책자금 대출을 연체하면 은행연합회에 ‘신용불량 기업’으로 자동 등록되며, 이때부터 일체의 신규자금 대출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거래은행은 채권 회수에 들어가도록 돼 있다. 차 의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남북협력기금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