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취업 재수-삼수생도 뽑는다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하반기 공채부터 졸업연도-나이 제한규정 없애기로

대기업 중 유일하게 졸업예정자와 직전 학기 졸업자에 한해서만 공채 지원을 받던 삼성그룹이 하반기부터 이 규정을 폐지한다. 대학 졸업자라면 졸업연도에 관계없이 누구나 영어성적과 학점 기준만 충족하면 응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우수 인재 쏠림’을 막는다는 취지로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 졸업예정자와 직전 학기 졸업자만 입사 지원을 받았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에는 직전 학기인 2009년 2월 졸업자와 졸업예정자인 2009년 8월 졸업생 외에는 공채 지원 자체가 불가능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졸업 후 계속 삼성 공채만 목표로 한다든지 다른 회사에 입사해놓고도 이듬해 다시 삼성 공채시험에 응시하는 등 지원자들이 몰려 우수 인재를 싹쓸이해간다는 사회적 비판 여론 때문에 그동안 졸업자 응시를 제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이번에 규정을 바꾼 것은 3월부터 노동부가 시행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른 것. 이에 따라 채용 공고에 ‘××년 이후 출생자에 한함’ 등의 문구를 넣는 것은 위법이다.

삼성이 대졸사원 채용에 졸업연도 제한을 없애자 취업시장에선 벌써부터 ‘취업 장수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3·여)는 “그동안 삼성 입사를 위해 일부러 졸업을 연장해 ‘5학년 1학기’를 다니는 선배도 많았다”며 “삼성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인 만큼 여러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전모 씨(28)는 “입사제한은 풀렸지만 실제 기졸업자를 얼마나 뽑을지는 미지수”라며 “자격제한만 풀고 ‘장수생’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번 공채에서 갑자기 입사지원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어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올해 하반기 신입 공채 공고는 9월 초에 나온다. 채용 인원은 상반기 2100명에서 1300명 늘린 34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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