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월급통장을 깨워라.’
동양종합금융증권이 2004년 4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선보이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은행 이체 및 자동화기기 출금 수수료 무료, 연 4%의 고금리를 앞세운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주목을 받았던 동양종금증권 CMA는 5년여가 지난 2009년 8월 현재 확고부동한 업계 1위다. 그야말로 ‘CMA의 골리앗’이라는 평가가 어울린다.
동양종금증권 CMA 계좌 수는 7월 기준 322만2557개. 시장점유율은 35.7%로 2위(11.5%)와 격차가 상당히 크다. 잔액은 9조7319억 원으로 증권업계 전체 CMA 잔액의 24.3%를 차지한다.
2004년 첫선을 보인 후로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양종금증권 CMA의 성공 비결은 뭘까. 금융계 전문가들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매번 진화하는 서비스, 다양한 고객층 확보, 자산관리 영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 3가지 비법을 꼽는다.
○ 고객을 끊임없이 만족시킨다
동양종금증권 CMA는 은행 위주로 흐르던 시중자금의 물길을 증권 쪽으로도 터주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2004년 동양종금증권이 대대적인 CMA 마케팅을 벌이기 전에 CMA는 어음관리계좌란 이름으로 존재했다. 연 4, 5%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었지만 지점 수가 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돈을 넣고 빼기가 어려워 고객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또 은행의 보통예금통장에 있는 다양한 결제서비스가 없었던 것도 고객들의 불만이었다.
동양종금증권은 이러한 어음관리계좌의 단점을 보완해 좀 더 편리해진 CMA를 선보였다. CMA를 은행 계좌와 연계해 공과금, 신용카드 등 각종 결제 서비스와 은행 자동화기기를 통한 수시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고객이 주거래 은행을 지정하면 해당 은행의 자동화기기에서는 영업시간 외에 돈을 뽑아도 수수료가 면제되는 서비스도 시행했다. CMA가 일반화된 지금은 흔한 서비스지만 당시엔 파격적인 서비스였다. 은행 보통예금통장의 편리성에 높은 금리까지 결합한 동양종금증권의 CMA에 고객들은 환호했다.
윤성희 동양종금증권 마케팅총괄 상무는 “동양종금증권 CMA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비결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읽고, 고객을 만족시킬 만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라며 “아무런 혜택이 없던 은행 보통예금통장과 달리 고금리를 주고, 수수료 면제 서비스 등의 혜택까지 주는 CMA에 고객들이 점차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CMA는 브랜드가치 평가전문회사인 브랜드스톡이 발표한 2009년 1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중에서 47위를 차지했다. 올해 신규 진입한 브랜드 중에서는 1위다.
○ 다양한 고객층으로 눈을 돌렸다
동양종금증권 CMA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일찌감치 다양한 고객층 확보에 주력했다는 것이다. 거액 고객 위주의 영업형태에서 탈피해 일반 서민층으로도 눈을 돌렸다. 2004년만 해도 증권사의 주요 고객층은 주식 투자를 하는 40, 50대였으나 CMA 마케팅을 벌이면서 주력 고객층이 한층 젊어지고 두꺼워진 셈이다.
동양종금증권은 CMA 마케팅을 벌이면서 CMA가 ‘급여소득자의 월급통장’, ‘주부들의 생활비통장’, ‘자영업자들의 주거래통장’에 적합하다는 것을 내세웠다. 은행 보통예금통장보다 높은 금리, 은행의 주거래통장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 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며 CMA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2007년 들어 증권시장 호황과 함께 저축에서 투자로 재테크 개념이 변화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과거 은행의 전통적인 저축상품 외에 펀드, 채권 등의 투자 상품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다른 증권사보다 한발 앞서 CMA를 홍보해온 동양종금증권은 고객을 더욱 늘릴 수 있었다. 2004년 4월 20만 개였던 CMA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7년 4월 117만 개, 2009년 4월엔 311만 개로 성장했다.
동양종금증권은 20, 30대 젊은 고객 확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젊은 층에게 고금리를 내세우며 월급통장을 바꾸도록 한 것이다. 이들을 유입하면 향후 다양한 금융상품의 수요 고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젊은 샐러리맨, 주부, 자영업자 등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 최근 2, 3년간 유입된 고객의 상당수는 20, 30대 젊은 층이다.
○ 장기 성장의 원동력
동양종금증권 CMA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CMA 고객 수가 가장 많아서가 아니다. CMA 고객 증가가 고객예탁금 및 채권판매량 확대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예금 및 채권이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온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증권사 CMA가 성공하려면 CMA 자체로 얻는 수익보다는 이를 활용한 교차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동양종금증권의 CMA는 고객 접점 확보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것.
실제로 동양종금증권의 CMA는 고객을 주식위탁매매로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펀드, 채권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CMA 고객이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증권업계 최대인 163개 지점망을 구축했고, 투자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수도 200만 명을 넘었다. CMA가 장기적 성장의 원동력인 셈이다.
동양종금증권의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이 1년 만에 3%에서 5%로 증가할 수 있었던 것도 CMA를 통해 확보한 고객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CMA는 펀드, 주식투자 등 직간접 투자 상품으로 자금을 옮기기가 은행 예금통장보다 간편하기 때문이다.
윤 상무는 “CMA 고객 중에는 재무 설계와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하려는 고객이 많다”며 “CMA를 통해 확보한 고객 기반은 앞으로도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