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티콘(Gifticon)’은 선물(Gift)과 이모티콘(Emoticon)의 합성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선물을 전송하거나 판매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기프티콘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한 곳이 한국이다. SK텔레콤이 2006년 12월 기프티콘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현재 국내에서 하루 평균 2만 건의 기프티콘 발송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기프티콘 이용액은 2007년 60억 원에서 올해 2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전화가 가진 디지털 기술의 편의성에다가 선물이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결합되면서 혁신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혁신 제품이 그렇듯 기프티콘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기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고객들은 휴대전화로 선물을 주는 행동에 낯설어 했다. 소비자의 직접적인 요구가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잠재적 요구를 구현한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기프티콘을 확산시키려고 노력했지만 고객은 물론이고 제휴사도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가시적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 고객이 행동을 바꾸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SK텔레콤과 SK마케팅앤컴퍼니는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 결과 소비자에게 과도한 행동 변화를 요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다. SK텔레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가지 대안을 추진했다.
첫째, 대규모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한꺼번에 높이는 매스 마케팅 외에 구전(口傳) 마케팅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기프티콘을 처음으로 접하고 있었다. 직접적인 인간관계를 통한 기프티콘의 사용이 늘고 있었기 때문에 구전 마케팅이 필요했다. A 양이 친구 B 군에게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선물하면, 발신자인 A 양에게도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보내주는 ‘1+1 이벤트’를 시작했다. 고객끼리의 구전 마케팅을 활성화한 것이다.
둘째, 고객 행동 변화를 막는 장애물을 없앴다. 기프티콘은 같은 이동통신사 가입자끼리만 전송이 가능한 서비스였다.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에게 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불편을 느꼈다. SK텔레콤은 3개 회사 가입자 모두 기프티콘을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셋째, 상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했다. 속옷 세트, 싸이월드 도토리, 호텔 숙박권 등 창의적인 선물 아이템을 속속 개발해냈다. 최근에는 신세계이마트, 국립현대미술관과 제휴해 다양한 제품을 선물로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넷째, 제휴사와의 윈-윈 모델도 개발했다. 기프티콘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SK텔레콤은 이 장점을 활용해 기프티콘 제휴회사에 ‘매출 증가’라는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기프티콘으로 하루 평균 2000건 정도의 추가 매출을 얻고 있다. 롯데리아는 2월부터 기프티콘을 회수할 때마다 일부를 적립해 이웃사랑 실천 캠페인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 신규 고객 모집, 고객 충성도 강화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기프티콘이 사용되고 있다.
1인용 전동 스쿠터인 세그웨이, 태블릿PC 등 수많은 혁신 제품은 우수한 성능과 혁신적인 가치를 지녔지만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고객들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프티콘의 상용화 사례가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 기업들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방형 SK마케팅앤컴퍼니 대표이사 lee@skmnc.com
※기사 전문은 DBR 40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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