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전문가들의 주가 전망이 엇갈리는 시기도 드물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주가는 장중에도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기간에는 전날 2∼3% 넘게 오른 주가가 다음 날 고스란히 떨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의 말을 듣거나 증권사 리포트를 참고해서 투자를 한다. 하지만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에 주가가 뜨면 덩달아 투자했다가 내리면 돈을 빼 손해를 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요즘처럼 낙관론과 비관론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장세에서는 투자 고수들은 헷갈리게 나오는 각종 거시지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추세’를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 고수라고 항상 추세를 맞힐 수는 없지만 주가의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는 그들만의 지표로 앞서 판단을 한다. 고수들의 지표는 의외로 복잡하거나 어렵지만은 않다.
투자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이 즐겨 사용하는 지표는 미국철도회사연합회(www.aar.org)의 철도화물 운송량(railroad carload) 통계다. 주간단위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호전 여부를 직접,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8월 둘째 주는 전년 같은 주에 비해 운송량이 줄었지만 절댓값은 올해 1월 셋째 주에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대우증권 이인구 애널리스트는 이를 “미약한 경기회복의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강화비율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보고서를 낼 때 부정기적으로 인용하는 지수다. 은행들이 기업들에 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의미다.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던 이 지수는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꺾였다. 이때만 주식을 팔았어도 지난해 9월의 금융위기는 건너뛸 수 있었다는 뜻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홈페이지(www.federalreserve.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증시는 추세를 판단하기 더 어렵다. 시장 경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소비량을 보는 전문가들이 있다. 통신사인 블룸버그 등이 자료를 가공해 제공한다. 미래에셋 황상연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내수가 잘되고 공장가동률이 높아졌다고 발표해도 전기소비량이 떨어진다면 그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모든 지표를 판단한 전문투자가들의 심리를 알 수 있는 지표도 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빅스)지수가 그것. 돈에 관해서는 영악할 정도로 눈이 밝다고 해서 ‘스마트 머니’라고 불리는 헤지펀드 등이 주로 참가해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거래하는 지수다. 주가가 한창 오를 때 빅스지수가 커지면 주가가 내릴 것으로, 주가가 내릴 때 커지면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면 된다. stockcharts.com에서 볼 수 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