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세계최대 ‘특허 괴물’ “삼성-LG에 소송 검토중”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아이디어 사고파는 발명자본주의 심장 IV社를 가다
IV社 “사용료 안내면 수천억원대 소송 제기할 수도”
삼성전자 “특허 내용 안밝힌채 1조이상 투자하라니…”

휴대전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수천억 원의 사용료를 요구해 온 미국 인텔렉추얼 벤처스(IV)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특허전문회사 또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불리는 이 회사가 소송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동아일보 산업부가 이달 3, 4일 미국 워싱턴 주 벨뷰 시에 있는 IV의 본사와 연구소를 단독 취재하면서 확인한 내용이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인 에드워드 정과 네이선 미어볼드 등 4명이 공동 설립한 IV는 50억 달러(약 6조2500억 원) 펀드를 운용하며 정보기술(IT), 바이오, 에너지 등 유망 분야의 특허 2만7000여 건을 확보해 놓고 있다. MS, 인텔, 노키아, 소니,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주요 투자자로 있으며 빌 게이츠 전 MS 회장도 투자자 및 발명가로 참여하고 있다.

에드워드 정 회장은 “(삼성, LG가) 사용료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피해를 보는 발명가들을 위해서라도 법정에 가야 한다”면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발명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V가 요구하는 막대한 로열티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삼성 관계자는 “IV가 특허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특허 사용료뿐 아니라 1조 원이 넘는 투자금을 내고 투자자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 전문가들은 IV 등장을 계기로 주식과 채권 대신 아이디어와 특허 등 지식자산에 투자하는 ‘발명 자본주의(Invention Capitalism)’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220여 개의 특허전문회사가 활동하면서 지식자산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허권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소송도 2003년 9445건에서 2007년 1만9537건으로 급증했으며, 이 가운데 특허전문회사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약 2540건(13%)에 이른다. 특허전문회사들의 활동을 통해 발명과 혁신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특허 알 박기’ 식으로 핵심 아이디어를 선점해 기업의 생산 활동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특허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서 ‘특허괴물’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특허청 등은 최근 5000억 원의 특허펀드를 조성해 지식재산 보호와 산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도 2000억 엔(약 2조62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해 자국 특허를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특허를 둘러싸고 특허전문회사와 기업, 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글로벌 지식재산 전쟁이 예상된다.

벨뷰=김용석 기자 nex@donga.com

::특허괴물

생산,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고 특허료만으로 돈을 버는 회사. 소송 등으로 기업을 괴롭혀 ‘특허괴물’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특허전문회사, 지식재산관리회사(NPEs)라고도 부른다. IV, 인터디지털 등 세계적으로 220여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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