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황수 GE코리아 사장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GE코리아 황수 사장은 “열린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 원천기술 확보, 기업 제휴를 통한 기술 역량 강화에 힘써온 것이 GE의 장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제공 GE코리아
GE코리아 황수 사장은 “열린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 원천기술 확보, 기업 제휴를 통한 기술 역량 강화에 힘써온 것이 GE의 장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제공 GE코리아
GE의 힘, 계급장 뗀 열린 토론서 나오죠

“제너럴일렉트릭(GE)이 130년 넘게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있었던 토양은 누구든 ‘계급장을 떼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는 열린 조직문화입니다. 성공적인 신사업을 발굴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메가트렌드를 읽고 생각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GE코리아 황수 사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GE의 장수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열린 인재문화와 원천기술 확보 노력을 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생존’과 ‘신성장산업 발굴’이 경영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귀담아 들을 만한 지적이다.

GE는 1896년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개발됐을 당시 지수 안에 포함돼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기업이다. 130년이 넘는 기간에 전기발전 사업에서부터 항공, 금융, 수(水)처리, 의료, 미디어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며 지속 성장해왔다.

벽 허물어 아이디어 발굴

황 사장은 “GE가 하던 비즈니스만 계속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과 경영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향후 10∼30년 흐름이 계속될 트렌드를 찾아 ‘사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GE가 활용하고 있는 ‘드리밍 세션’이라는 GE의 토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신사업개발팀이 주도하는 이 세션에는 GE의 조직원뿐 아니라 GE와 협력관계에 있는 다양한 사업 부문의 고객사들이 참여합니다. 시민단체(NGO)의 피드백도 받습니다.” 조직 내부뿐 아니라 고객사와 협력사 사이의 벽도 무너뜨림으로써 각 주체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사항을 수렴해 사업에 반영한다는 설명이었다.

황 사장은 “이런 작업은 때로는 초국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을 제외한 전 지역 국가의 에너지 분야 고객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본사에 모여 일주일간 미래의 메가트렌드에 대해 토론했다”고 전했다. 현재 글로벌 GE의 핵심 성장동력 사업인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녹색사업)’과 ‘헬스메지네이션(Healthmagination·의료사업)’ 역시 드리밍 세션을 통해 발굴됐다고 황 사장은 덧붙였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그간 GE는 역동적으로 사업구조에 ‘변주’를 가해왔다. 황 사장은 “GE의 사업구조는 장기적으로 고수익 고성장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조정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 세일즈’를 통해 각각의 GE 사업군이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각종 통합 인프라 개발이 활발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동남아, 남미지역에서 GE의 인프라 파트가 병원 건설 사업을 수주하면 의료, 환경, 금융 등 GE의 다른 파트도 함께 사업에 뛰어드는 전략을 구사하는 식이다.

성장동력찾기 오늘도 진행형

황 사장은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이나 중공업, 의료분야 경쟁력이 굉장히 좋아서 해외기업과 협력의 여지가 크지만 그간 국내 대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에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영권을 쥐고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한국 기업의 보수적 경영문화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같은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전략적 제휴나 기술제휴 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 기업은 갈수록 경쟁력을 지키기 힘들어질 겁니다.”

황 사장은 “지금은 해외 기업들이 연합군을 형성해 한국 기업들을 공격하는 형국”이라며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손을 잡은 것은 세계적인 국내 대기업의 협력이란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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