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하반기 신규채용 꽉 막혔다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20곳 중 3곳만 채용 계획,공공기관 인턴도 연말 종료
청년층 대량 미취업 우려

대형 공공기관들이 올 하반기에 신입직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미취업자를 흡수하고 있는 공공기관 청년인턴 제도도 대부분 올해 말 끝날 예정이어서 청년층의 대량 미취업 사태가 우려된다.

24일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대형 공공기관 20곳 가운데 올해 하반기 신입직원 채용계획이 있거나 채용이 진행 중인 곳은 기업은행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3곳뿐이다.

이 중 기업은행은 하반기에 200명을 신규로 채용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9월 말 채용 공고를 내고 올해 말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9월 말까지 198명에 대한 채용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한국수력원자력은 28일 신입직원 200명 입사식을 연다.

반면에 나머지 17개 기관은 채용을 하지 않을 방침이거나 채용 계획을 잡지 못한 상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데다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로 정원을 축소해 놓은 상태라 신규 채용은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부터 발표한 1∼6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통해 공공기관 129곳의 정원 2만2000명(12.7%)을 줄이도록 했다. 현재 직원 수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2012년까지 자연감소 및 희망퇴직을 통해 정원을 맞추도록 했다.

정부는 가급적 정원 감축과 신규 채용을 병행할 것을 각 공공기관에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은 ‘더 뽑으면 그만큼 기존 직원들이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어서 실제로는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대한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5곳은 지난해 이후 신입직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현재 인원이 정원보다 5000명 이상 많은 상태라 정원을 맞추려면 2012년까지 신규 채용 여력이 없다”며 “다만 몇 년간 신입직원을 안 뽑으면 인력 구조가 장기적으로 기형적인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하반기에도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하반기 청년층 취업난을 덜기 위해 일시적으로 시행하던 청년인턴 제도를 대부분 연말에 종료할 예정이어서 일자리 부족사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약 1만2000명인 공공기관 인턴은 계약기간이 10∼12개월이어서 연장을 하지 않으면 올해 말 계약이 끝난다. 하지만 대형 공공기관 중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이나 계약 연장을 검토하는 곳은 도로공사 농어촌공사 수출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4곳에 불과하다.

도로공사는 연말까지 시험을 거쳐 인턴 111명 중 5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필요한 경우 비정규직 보호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기존에 일했던 기간을 합쳐 최대 2년까지 계약을 연장한다는 방침. 수출입은행은 우수 인턴에 한해 기간을 4개월 연장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계약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16개 기관은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 없어 인턴 대부분은 계약 만료와 동시에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형편이다. 일부 공공기관은 인턴들에게 서류전형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지만 신규채용 계획 자체가 적어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중소기업 청년인턴 등과 함께 경제상황을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정부는 희망근로와 마찬가지로 청년인턴도 규모를 줄여 내년에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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