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뜻밖의 상승은 이제 주춤! 대형가치주 펀드로 가자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환매 움직임 속 하반기 투자 아직은 긍정적
해외펀드는 내수시장 큰 대형신흥국 주목

《1,000 이하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올 3월 초 이후 50% 이상 급등하면서 주식형펀드를 중심으로 환매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요즘의 펀드 환매는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했다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만족감에다, 앞으로는 더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합쳐져 생긴 결과다. 투자자들을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잠잠해지고 있지만, 펀드시장엔 이것이 오히려 차익 실현의 빌미로 작용하며 부작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직 환매를 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펀드 전문가들도 최근 펀드시장의 자금 이탈 현상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시장 여건과 하반기 경기전망을 볼 때 증시의 추가상승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을 갖고 펀드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방법으로는 여전히 적립식 투자가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주식형펀드 어떻게 할까

○ 대형주 강세 전망

상반기 펀드시장은 고환율의 수혜를 입었던 정보기술(IT) 관련 테마 펀드와 정부 정책으로 주목을 받은 그린에너지 관련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올렸다. 특히 몸집이 가벼워 경기 회복기에 그만큼 주가가 급상승한 중소형주의 선전이 돋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대형주 펀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했다. 과거의 사례들을 봤을 때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되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던 큰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주가 상승이 잠시 주춤했던 6월부터 대형주 강세 조짐이 나타나더니 7월에는 대형주가 13.3% 상승한 반면 중형주는 3.9% 오르는 데 그쳤다”며 “통상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선 대형주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도 ‘하반기 펀드투자 전략’에서 “대형 가치주 펀드 외에 그룹주 펀드들도 시가총액 비중이 높고 실적 개선 전망이 좋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대형 가치주 및 그룹주 펀드, 중소형 펀드로의 고른 분산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비록 상반기 펀드들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예상 밖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하반기에는 펀드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다소 낮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3∼5월 증시를 견인한 것은 원자재, 금융주, 이머징 마켓 등 과잉 유동성을 등에 업은 투기적인 종목들이 많았는데, 이런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올 하반기 펀드시장 전망을 하면서 상반기 급등 랠리에 따른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수익률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증권사는 “상반기를 주도했던 국내 금융 및 IT섹터에서 앞으로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전과 같은 성과가 재현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국 브라질 등 신흥대국 여전히 유망”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올 하반기 해외펀드 기상도는 상반기 때와 대체로 유사하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펴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강대국 관련 펀드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더욱 유망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반기 글로벌 자금이 위험선호 현상에 따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됐던 것과는 달리, 하반기에는 기업실적과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에 따라 지역별 투자수익률도 다소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은 “미국의 경제성장이 제한되고 유럽 일본도 여전히 저조한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선진국펀드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들 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내수시장 규모가 큰 대형 신흥시장 국가들에 투자하는 펀드의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브라질은 양호한 내수경기가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다만 러시아는 경제가 지나치게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고 금융시장이 아직 불안해 신흥강대국 중 가장 회복세가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는 그간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던 정치적 불안이 최근 총선에서 해소되면서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 대응은 어떻게?

해외펀드 비과세 제도가 올해 말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해외펀드에 거액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일정 부분은 세금 부담이 적은 국내펀드로 교체하는 전략도 세워야 한다.

다만 2010년 이후에 해외펀드를 환매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발생한 수익은 여전히 비과세 되고 2010년 이후의 수익에만 과세가 되는 만큼, 지나치게 서둘러 환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 많다.

대우증권 이병훈 연구원은 “세금만 갖고 환매 여부를 판단한다 하면 12월에 가서 환매해도 충분하고, 투자자산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이라면 계속 투자를 하는 것도 괜찮다”며 “단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매년 일부를 환매하면서 투자이익의 귀속연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비록 세금을 내더라도 이를 만회할 만한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면, 환매를 하지 않고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동부증권 이승준 세무사는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가족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과세가 되기 때문에, 적절히 펀드를 증여하면 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며 “다만 이때 부과될 수 있는 증여세에 대한 사항은 미리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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