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세계 증시가 빠른 속도로 급등하고 있고 최근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가시화되면서 각국 경제가 다시 ‘골디락스’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골디락스란 어떤 의미인가요?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골디락스는 골드(gold·금)와 락(lock·머리카락)을 합친 말로 금발머리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소녀입니다. 골디락스는 어느 날 숲 속을 걷다 길을 잃고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 안에는 곰들이 끓여놓고 나간 세 가지 종류의 수프가 있었습니다. 뜨거운 수프와 차가운 수프 그리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수프였습니다. 허기가 졌던 골디락스가 선택한 수프는 적당한 온도의 수프. 그녀는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것이 골디락스의 핵심입니다. 골디락스 경제란 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뜻합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후반의 미국 경제를 골디락스 경제라고 말합니다. 당시 미국은 정보기술(IT)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는데 이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돼 물가 상승을 동반하지 않고도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수년간 4%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하면서도 낮은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했죠. 중국도 2004년 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 않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경제가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골디락스는 한동안 승승장구했던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유행어였지만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면서 쑥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골디락스란 용어가 증시에서 다시 등장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증시 상승 랠리가 6개월째 이어지자 골디락스 국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경기마저 받쳐준다면 주가 흐름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골디락스 장세가 한동안 펼쳐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반면 물가 수준은 유가 상승에도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의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를 기록해 1950년 1월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골디락스 국면을 이야기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대세입니다. 완전한 골디락스를 기대하기보다는 준(準)골디락스 국면을 기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완전한 골디락스 경제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 상승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의 경제 흐름은 물가 상승은 없지만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밑돌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경기는 완만한 속도로 회복되지만 성장률이 낮고, 인플레 압력은 중앙은행 목표치를 밑도는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돼 준골디락스 경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물론 일부 비관론자들은 골디락스 국면보다는 스태그인플레이션이나 스태그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스태그인플레이션을 주장하는 이들은 경기부양과 통화팽창 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합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 달러 가치 하락, 미 국채 금리 상승 등이 다가올 인플레이션의 전조이며 늦기 전에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스태그디플레이션이 온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지금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각 정부가 막대하게 푼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세금을 올리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