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25일 ‘주요 완성차업체 2009년 상반기(1∼6월) 실적 분석’ 보고서에서 9개 해외 주요 자동차회사의 성적을 진단해 내린 결론이다. 분석 대상이 된 9개 업체는 △미국의 포드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 스즈키 △유럽의 폴크스바겐, PSA, 르노, 피아트 등이며 이 중 폴크스바겐과 피아트, 스즈키를 제외한 6개 업체는 올해 상반기에 적자가 났다.
○ ‘떠오르는 시장’ 잡고
이 보고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을 낸 폴크스바겐과 피아트, 스즈키 3개 회사는 최악의 시기였던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1분기(1∼3월)에도 흑자를 낼 정도로 이익창출력이 강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가 꼽은 이들 3개 업체의 첫 번째 공통점은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를 많이 하고, 그 가운데서도 확실한 주력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회사는 신흥시장 판매 비중이 41.4∼59.3%로 높고 ‘스즈키는 인도, 폴크스바겐은 중국, 피아트는 브라질’과 같은 식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주력 시장을 한 곳 이상씩 두고 있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로 경기 침체에 빠진 동안에도 떠오르는 시장을 잡고 있었던 회사들은 위기를 비켜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전체 라인업에서 소형차 비중이 높아 ‘작은 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차 위주로 차를 만들던 업체들은 이번 위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흑자를 유지한 업체들은 또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스즈키는 상반기 비용절감액이 매출액 대비 7.9%나 됐고, 폴크스바겐과 피아트도 각각 매출액 대비 2.0%, 1.1%를 절감했다. ○ 시장 변화 빠르게 대응
3개 업체의 마지막 공통점은 시장 변화를 잘 읽고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9개 업체의 올해 상반기 판매를 생산으로 나눈 값을 측정한 결과 폴크스바겐, 피아트, 스즈키 등은 이 비율이 1.01∼1.07로 낮았던 반면 다른 업체들은 1.05∼1.28로 나타났다. 수치가 높을수록 판매대수에 비해 생산대수가 적었다는 뜻으로, 재고 조정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나 ‘신흥시장과 소형차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은 현대·기아차의 장점으로 흔히 꼽히는 특성이다. 그러나 자동차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선전한 정도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인 경쟁업체들이 2, 3년 뒤에는 더욱 강한 체력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