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공장 연결하는 정유산업 ‘동맥’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 울산 앞바다 원유이송 시설 ‘부이’에 가보니

울산 앞바다에는 5개의 작은 ‘인공 섬’이 떠 있다. 지름 12.5m, 높이 4.3m의 동그란 모양의 섬들은 거대한 유조선에 비해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작은 섬들이 사실은 울산과 온산 석유화학공장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섬은 해상계류시설이라 불리는 ‘부이(buoy)’로 수심이 얕아 큰 유조선이 부두까지 들어올 수 없는 울산에서 석유 수입을 책임지는 첨병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부이는 유조선으로부터 원유를 받아 바닷속으로 육지와 연결돼 있는 파이프를 통해 정유공장으로 원유를 보내는 장치다.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핵심 시설 중 하나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 21일 5개의 부이 가운데 하나인 에쓰오일 소유 부이에 올랐다.

○에너지원은 태양광

에쓰오일 공장 부두에서 20분 정도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자 유조선에 연결된 부이가 눈에 들어온다. 부이는 6개의 닻으로 해저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원유선이 도착하면 굵은 쇠사슬 2개를 배 앞쪽에 고정시키고 물에 뜨는 호스를 연결해 원유를 빼기 시작한다.

이날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온 ‘호마’호가 부이에 연결돼 있었다. 갑판에 축구장 2개가 넉넉하게 들어갈 만한 크기의 약 32만 t급 배인 호마호는 3일에 걸쳐 싣고 온 원유를 부이로 보내고 부이는 해저 파이프를 통해 원유를 다시 육지에 있는 에쓰오일 저장탱크로 보낸다.

부이에서 12시간 맞교대로 근무를 하는 강중환 씨(55)는 15년째 부이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낸다. 인공섬에서의 생활 중 가장 불편한 점은 겨울철 추위. 강 씨는 “겨울철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일이 다반사지만 혹시라도 불이 날까 봐 난방기구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전원은 태양광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부이 위에 태양광 모듈 2개를 올려놓았다. 부이 위에 화장실은 없었다.

○‘부이’ 만들려면 900억 원 들어

하루 58만 배럴의 원유정제 시설을 가동하는 에쓰오일은 매달 8, 9척의 원유선이 부이에 연결된다. 84만 배럴을 처리하는 SK에너지는 3개의 부이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울산 신항만 건설에 따라 2개의 부이를 옮겼는데 이 작업에만 1700억 원이 들었다. 해저의 닻과 파이프를 옮기는 작업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부이는 1979년 3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새 부이를 만들려면 부이에만 450억 원이 들어간다. 해저 송유관 설치까지 합치면 비용은 900억 원 정도로 늘어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부이를 이용해 원유를 하역할 때는 날씨가 변수”라며 “파도가 심해지면 작업을 중단하고 유조선이 먼바다로 나가 대기했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하역작업을 재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울산=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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