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30만 원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무조건 영수증을 발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신고한 사람에게는 정부가 포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세(稅)파라치’ 제도가 도입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런 내용이 담긴 ‘민생안정, 미래도약을 위한 2009년 세제(稅制)개편안’을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해 다음 달 정기국회에 관련 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2008년 세제개편안이 감세(減稅)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올해 개편안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증세(增稅)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올해 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87개의 비과세·감면 제도 가운데 임시투자세액공제와 해외펀드 소득세 비과세 등 22건을 폐지하고 6건은 혜택을 축소하기로 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고소득층과 전문직에 대한 ‘과세 그물망’을 촘촘히 하면서 기존 세제 혜택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이들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영수증 발급의무를 새로 부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15개 전문직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등 4개 의료전문직 △입시학원 골프장 예식장 장례식장 등 4개 업종은 30만 원 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신용카드 전표, 현금영수증, 계산서 등의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영수증 미발급 금액만큼 과태료를 물리는 규정이 조세범처벌법에 신설된다.
영수증을 주지 않는 전문직을 국세청에 신고한 사람에게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영수증 미발급 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주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은 신고할 때마다 최대 300만 원, 연간 1500만 원 한도 안에서 포상금을 받는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80만 원, 현금으로 내면 65만 원에 해 주겠다’는 식의 음성적인 제안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 근로자에 대한 각종 근로소득세 혜택도 줄어든다. 특히 연봉 1억 원이 넘는 근로자 약 16만 명에 대한 근로소득 세액공제 혜택이 폐지된다. 8000만 원 초과∼1억 원 이하 근로자는 500만 원 단위로 4개 구간으로 나눠 세액공제 한도를 10만 원씩 축소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급여 수준에 관계없이 연간 50만 원의 세금을 깎아줬다.
총급여 1억 원 초과분에 대한 근로 소득공제율도 5%에서 1%로 낮추고, 8000만 원 초과∼1억 원 이하는 5%에서 3%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급여가 9000만 원인 근로자(고교생 및 대학생 자녀를 둔 4인 가구 기준)의 소득세 부담은 올해 평균 513만 원에서 내년 535만 원으로 22만 원 증가하고, 연봉이 1억 원이면 708만 원에서 756만 원으로 48만 원 늘어난다. 급여가 8000만 원인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은 변동이 없다.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이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2011년까지 2년 연장하는 대신 한도를 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축소한 것도 사실상 고소득층을 겨냥한 조치다. 지난해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넘는 근로자의 신용카드 공제금액이 평균 273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근로소득자는 한도를 축소하더라도 종전 수준의 혜택을 보는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공제 혜택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원 포착 시스템도 강화된다. 법원은 민사사건 위주로 원고의 승패 등만 표시한 변호사의 소송 수임자료 외에 보석과 영장기각, 구속취소 등 법률 자문과 관련된 다른 과세자료도 국세청에 통보해야 한다. 조세심판원, 특허심판원,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세무사나 변리사 등이 참여한 행정심판 자료를 세무당국에 보내줘야 한다.
한편 탈세범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포탈세액이 5억 원 이상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포탈세액의 3배 이하 벌금’에 처하고 상습범은 해당 형(刑)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 또 뇌물을 받은 세무공무원은 물론이고 준 사람에게도 뇌물액의 10배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