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히 “관심이 있는 요리를 제대로 배워 보자”는 생각이었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지 3년째. 사무직으로 일해 왔던 탓에 창업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요리를 배워 남을 가르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평범한 주부에서 어엿한 ‘떡 전문점’ 사장님이자 인기 있는 ‘요리 선생님’으로 변신한 이소영 씨(40)의 이야기다.
○ 주변을 둘러보면 기회는 있다
국제라이온스클럽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던 이 씨는 2003년 회사를 그만뒀다. 이 씨는 “다른 아줌마들처럼 아이가 크니 회사일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다시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온 이 씨의 생활은 우연한 기회에 중부여성발전센터를 방문하면서 바뀌었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중부여성발전센터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가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며 “그러다가 센터에서 요리 강좌를 연다는 공고를 봤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던 이 씨는 제대로 배워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요리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이 씨에게 센터 관계자들이 먼저 “창업을 해보지 않겠냐”며 권유해 왔다. 이 씨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내 주제에 무슨 창업이냐’며 손사래를 쳤다”면서 “그냥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주저하는 이 씨에게 센터에서는 “센터 내 창업 인큐베이터를 통해 한번 시도라도 해보라”며 재차 권유했고, 결국 이 씨는 2005년 중부여성발전센터 내 창업부스에서 ‘설날’이라는 이름으로 떡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센터 수강생을 대상으로 판매했지만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 판매도 시작했다.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씨는 중식, 양식, 한식 기능사를 3년여에 걸쳐 차례로 취득했다. 그는 “떡 만드는 사람이 중식, 양식 자격증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처음엔 망설였지만 자신감이 붙으면서 ‘나만의 퓨전 떡’을 위해 가게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수업도 들어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호두찰떡’도 외국의 피칸파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씨가 직접 개발한 것이다.
이 씨는 창업이나 취업을 생각하는 주부들에게 “무작정 이력서부터 만들지 말고 집 주변의 취업센터 등을 찾아가 상담한 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거나 수업을 들으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평범한 주부에서 창업 도우미로
올해 이 씨는 발전센터를 나와 독립된 공간에 가게를 차렸다. 더불어 주부들을 위한 창업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이 씨는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 ‘떡 만들기 완전정복’이라는 요리 강의를 한다. 센터 관계자는 “이 씨의 강의는 20명의 수강생이 금세 다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주부가 하는 강의인 데다 실전 창업 경험까지 전달해 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수업에서 이 씨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자신감’. “요리를 전공하지 않은 내가 열심히 하다 보니 이 자리에까지 왔다. 취미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취미를 일로 살려보기 위해 노력하라”는 이 씨의 조언에 수강생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나 역시 초반에는 창업을 너무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의지만 있다면 도와줄 기관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많은 주부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의와 떡집 운영으로 이 씨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연간 3000만 원가량. 하지만 그는 돈보다도 ‘평생 일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 씨는 “연세가 들면서 일 없이 지내는 어르신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뒤늦게라도 평생 일자리를 찾아 만족스럽고, 기회가 된다면 내 이름을 건 떡 연구소를 차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