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펀드 투자자들에게 지침이 될 만하다. 손실 난 펀드를 언제까지 기다려 봐야 하는지, 또는 지금이라도 신규 투자를 해야 하는지, 앞으로는 어떤 펀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앞으로 투자자들은 펀드를 선택할 때 가입하려는 펀드의 회전율(주식 매매 빈도)과 편입 종목들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또 원금 회복이 안 된 해외펀드를 갖고 있다면 내년 말까지 시간을 두고 환매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 펀드 비용도 꼼꼼히 따져봐야
내년부터 펀드 매매에도 증권거래세를 부과하게 되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실질 수익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는 이번 개편안으로 내년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평균 연 0.83%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연 10% 수익률을 낸 펀드가 있다면 시장 여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에는 수익률이 평균 9.17%로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거래세는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부과되므로 수익률 하락폭은 각 펀드의 회전율에 따라 달라진다. 잦고 빠른 매매를 하는 성장형 펀드는 1%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하락하겠지만 좋은 종목을 장기간 보유하는 가치형 펀드는 0.2∼0.3%포인트 정도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이젠 투자자들이 펀드를 선택할 때 수수료 등 펀드 비용도 중시해서 봐야 한다”며 “특히 장기 적립식 투자의 경우 비용이 펀드 선택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각 펀드의 회전율과 편입 종목은 가입 뒤 운용사가 보내주는 자산운용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입 전이라도 판매사나 운용사에 문의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펀드는 금융투자협회의 펀드전자공시 홈페이지를 통해 과거 회전율을 찾아볼 수 있다.
○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어”
기존 해외펀드 가입자들은 이번 개편안으로 1년의 시간을 더 벌었다. 내년 한 해 동안 생기는 투자이익을 비과세 기간 중의 손실로 상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입한 펀드가 아직 원금 회복을 하지 못했다면 2010년 말까지 기다리면서 적당한 환매 시점을 구상하면 된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최근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기업 이익 증가율이 가파르기 때문에 주가의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다”며 “1년의 유예기간이 생긴 만큼 성급하게 환매하기보다는 자기가 투자한 지역의 경제상황을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신규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라면 내년부터는 투자 이익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하므로 투자 여부나 지역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을 다시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거래세가 부과되지만 앞으로 펀드매니저들이 잦은 매매를 삼가면서 자연스레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 메리츠증권 박현철 연구원은 “해외 시장 전망이 좋은 만큼 고수익이 기대된다면 세금을 내더라도 투자를 꺼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