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당신은 어느 도시에서 왔습니까?

  • 입력 2009년 8월 27일 10시 15분


얼마 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옆자리에 앉았던 외국인과 휴식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의 특유의 액센트 때문에 I'm from France라는 대답을 짐작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조금은 의외였다. 그는 ‘파리’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헤어졌다.

Where are you from? 이라는 질문에 I'm from Paris라고 답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왠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과연 나도 같은 질문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인천, 혹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대구의 이름을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었을런지, 또 I'm from Incheon이라는 나의 대답에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 외국인은 과연 얼마나 될지 새삼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미국의 경제주간 포브스지는 안홀트 도시 브랜드 지수 조사를 인용, 파리를 세계의 패션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매력적인 도시 1위로 발표했다. 안홀트 지수는 도시민들의 일상과 활력, 문화, 매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기는 도시 순위로, 아시아 도시 중에는 도쿄만이 유일하게 10위 안에 포함되어 있다.

과거에는 국가브랜드가 도시브랜드 평가의 기반이었던 데 반해 이제는 반대로 도시브랜드가 국가브랜드 평가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커지면서 도시브랜드가치는 날로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웃나라만 살펴보아도, 일본의 도쿄는 이미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도시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중국의 경우도 자체 도시브랜드지수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자국의 도시브랜드가치를 평가하며 도시별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브랜드는 어떤가? 안홀트 도시 브랜드 지수에 따르면 서울은 불과 44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인천, 부산, 대구, 광양, 진해 등 주요도시는 앞으로 그런 점에서 기대해 볼 만한다.

현재까지 6개가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 개선과 세금감면의 혜택, 입주 기업들을 위한 다국적 생활시설 완비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각 구역별로 특화된 역점사업 중심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미래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브랜드로서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 각 구역별로 진척정도는 다르지만 몇몇 구역들은 이미 해외 우수대학 및 투자 유치 등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도시 브랜드는 단기간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도시가 아닌,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주거나 문화 등 생활환경이 우수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노력이 필요하다. 특히나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도시간 경쟁에서 자본과 관광객, 소비자를 매혹하는 흡입력있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 뿐만 아니라, 다문화 다언어를 지원을 고려한 장기적 노력과 투자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21세기 새로운 성장동력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자유구역 기획 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어 사업이 완료되기 시작하는 2020년쯤에는 가장 매력적인 10대 도시에 우리의 경제 자유 도시들이 선정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글 : 지식경제부 안철수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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