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충남 아산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집안 출신이다. 김 씨에게는 할아버지가 3년을 경작하고 아버지가 5년을 경작한 뒤 자신이 상속받아 2년간 경작한 토지가 있다. 만약 이 토지를 김 씨가 지금 양도한다면 자경(自耕)농지 감면을 받을 수 있을까?
원래 8년 이상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직접 농사를 지은 농지를 양도한다면 양도소득세가 연간 최대 2억 원(5년간 3억 원 한도)까지 감면된다. 직접 농사를 지은 기간이 8년 이상이어야 하며 상속을 받은 농지라면 피상속인이 농사를 지은 기간과 상속인이 농사를 지은 기간을 합산할 수 있다.
따라서 아버지(피상속인)와 자신(상속인)이 농사를 지은 기간을 합산해 8년 이상이면 양도세 감면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상속인이 농사를 짓고 있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상속인이 8년 이상 농사를 지었던 토지를 상속받았다면 상속인이 농사를 짓고 있지 않더라도 그 상속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양도하면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버지(피상속인)의 수고에 대한 대가를 자녀 세대가 누릴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하는 차원이다. 다만 상속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양도해야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김 씨는 자경농지 감면 요건인 8년을 채운 것일까?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김 씨의 자경 기간은 할아버지 때부터 계산하면 8년 이상이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오직 직전 피상속인의 농사기간만을 합산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할아버지부터 김 씨까지 3대의 농사기간은 총 10년이지만 세법에서는 김 씨(2년)와 그 직전 피상속인인 김 씨 아버지(5년)의 농사기간만을 합산한 총 7년만 인정한다. 결국 김 씨는 지금 농지를 양도하면 감면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1년을 더 기다려 8년을 채운 뒤 양도해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 씨의 친구인 이 씨의 사례를 보자. 이 씨가 양도할 계획인 농지는 이 씨의 아버지가 5년을 경작하다가 사망해 이 씨의 어머니가 상속받았다. 다시 3년 뒤 어머니도 사망해 이 씨가 상속을 받아 3년을 경작했다. 이 씨가 지금 농지를 양도한다면 감면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사례도 현행 세법에 따라 오직 직전 피상속인(어머니)의 경작기간을 합산할 수 있을 뿐 그전에 아버지가 경작한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머니가 3년, 이 씨가 3년을 경작했기 때문에 총 자경기간은 6년이 돼 감면 대상이 아니다. 만약 어머니가 상속받지 않고 이 씨가 곧바로 상속받았으면 아버지의 경작기간(5년)과 합해 8년을 채운 게 된다. 이렇다면 지금 양도하더라도 당연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씨처럼 억울한(?) 사람들이 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이런 불합리한 내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피상속인의 경작기간뿐 아니라 피상속인 배우자의 경작기간도 상속인의 경작기간에 합산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 씨는 자신의 경작기간(3년)과 아버지(5년), 어머니(3년)의 경작기간을 합해 총 11년을 경작한 셈이므로 이미 양도세 감면요건을 갖춘 것이 된다.
물론 이 같은 내용들은 아직 개정안 상태에 있다. 그러므로 해당 요건에 속하는 사람들은 개정안이 확실하게 시행될 때까지 양도시기를 늦추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 세무사
정리=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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