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계속 오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최저점 대비 80%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의 피부에 와 닿는 경제 현실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지난해 말 공포의 폭락장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이 같은 증시와 경제현실 간의 괴리가 어찌 된 일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주변의 우려는 여전한데 매일 오르는 증시를 보며 지금이라도 주식을 다시 사야 할지, 아니면 경제가 다시 나빠질 거라는 일부 비관론자의 말을 믿고 하락할 때까지 기다려 볼지, 주식시장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에 대해 만족 아니면 불만족으로 판단한다. 투자의 결과가 긍정적이고 추가 수익도 예상된다면 그 투자는 ‘만족’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고 그 투자의 미래 전망도 그저 그렇다면 그 투자는 ‘불만족’스러운 것이 된다. 하지만 투자 성과를 생각할 때 사람의 마음에는 이 두 가지 감정보다 훨씬 더 강하면서도 깊숙이 숨겨진 뭔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후회(regret)다.
후회라는 감정은 인간이 갖는 어떤 감정보다 강하며 모든 판단의 저변에 웅크리고 있다. 지금 내가 이것을 결정하면 나중에 후회를 할 것인지 또는 안 할 것인지가 판단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regret aversion)’을 하고 싶어 한다.
“만약 지금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코스피가 2,000까지 상승하면 그때의 후회를 어떻게 감당하지?” “아니야. 지금 괜히 투자했다가 누구 말대로 경기가 더블딥(double dip·경기 회복 후 재침체)이 돼 증시가 다시 하락하면 그야말로 낭패인데….”
이런 갈등을 겪는 투자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까?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인생에서 자신이 하지 않아서 생긴 후회와 자신이 선택한 행동을 해서 생기는 후회 중 하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를 사람들이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내가 행동했다면 적어도 더 나은 결과가 왔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걸” “부모님 살아생전에 더 효도할걸” 등은 하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고, “살아 보니 별로 마음에 안 드는 현재의 배우자를 선택하지 말걸” “어려워진 이 사업을 애당초 시작하지 말걸” 등은 이미 선택한 행동에 대한 후회다. 사람들은 이 중 하지 않아서 생기는 후회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또 내가 선택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지금 배우자가 성격이 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선택을 후회할 정도는 아니야” 또는 “사업을 한번 해본 게 인생의 좋은 경험이었으니 결국 후회는 안 해”라며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고치게 된다.
그런데 투자에서는 다르다. 오히려 위의 사례처럼 신규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투자를 안 하기로 했는데 주가가 올라 생기는 후회’보다는 ‘괜히 투자했다가 주가가 내려 생기는 후회’가 훨씬 크다. 여태까지 자신은 시장 전망을 나쁘게 보고 투자를 안 해왔기 때문에 자신의 기존 판단을 뒤집어가며 새로운 투자를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부담을 안고 새로운 결정을 내린 만큼 나중에 후회도 더 커진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상태에서 변화가 있는 것보다는 현재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심리, 즉 ‘현상유지오류(status quo bias)’를 갖고 있다.
매주 같은 번호의 로또를 사는 사람이 있다. 로또가 당첨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를 매번 지켜보던 친구가 자기가 꿈속에서 본 여섯 자리의 숫자를 알려 주며 이번 주에는 바꿔서 해보라고 권한다. 이때 ‘친구 말대로 번호를 바꿨는데 원래 자기가 써온 번호가 당첨이 됐을 때의 후회’가 ‘번호를 바꾸지 않았는데 친구가 권한 번호가 당첨됐을 때의 후회’보다 훨씬 크다. 매주 써 오던 그 번호는 오랫동안 스스로 선택해 온 것으로 그로 인한 후회는 어느 정도 감당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증시 상황에서 투자를 하는 게 좋은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요즘처럼 시장 전망이 어려운데 굳이 후회를 덜 하고 싶은 쪽을 원한다면 처음의 투자 판단을 그대로 밀고 가는 편이 낫다. 이런 심리적 안정도 투자에서는 꽤 중요한 요소다.
송동근 대신증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