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뒤, 옛 인류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고 다녔던 기억도 잊혀져 자료를 찾아봐야 할 때쯤 BMW ‘뉴 Z4’(사진)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나오지 않을까. 경량 로드스터(2인승 2도어 컨버터블)로 개발된 Z4는 재미있는 자동차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만큼 친화력이 떨어져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2인승인 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좁은 실내공간과 외부 소음을 막아주지 못하는 소프트톱, 불편한 승차감은 대중성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강력한 주행 성능을 자랑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새롭게 선보인 뉴 Z4는 의미 있는 변신을 했다. 우선 편해졌다. 실내공간이 넓어지고 승차감도 부드러워져서 ‘허리가 아파서 장거리를 못 가겠다’는 불평은 줄어들게 됐다. 시승한 차는 19인치 대형 휠이 들어가 있음에도 거친 느낌이 적었다. 운전대를 돌릴 때의 반응도 신경질적이지 않았다. 물론 하드코어를 원하는 소수의 마니아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대다수의 운전자에겐 희소식이다.
서스펜션을 이전 모델보다 부드럽게 세팅했음에도 핸들링은 거의 희생시키지 않았다. 북악스카이웨이 같은 좁고 커브가 심한 산길을 달려 보니 구형 Z4의 동물적인 반응성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엉덩이 바로 뒤에서 차가 회전하는 듯한 로드스터 특유의 느낌, 운전대를 살짝만 움직여도 꿈틀거리는 차체, 내가 스포츠카를 몰고 있다는 확실한 자각 증상은 빨라지는 심장박동수로 나타났다.
약간 부드러워진 서스펜션과 강성이 높아진 차체는 고속주행 때는 안정감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전 모델은 시속 200km를 넘기면 노면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무슨 일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신형 Z4는 그런 면에서 너그럽게 바뀌었다. 게다가 BMW에서 처음으로 하드톱을 적용해 뚜껑을 닫고 주행할 때는 일반 쿠페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외부소음이 줄어 장거리 고속주행의 부담감을 훨씬 감소시켰다.
심장은 더욱 강력해졌다. ‘Z4 sDrive35i’ 모델에 들어간 3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306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실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밀장비로 측정한 결과 5.2초(제원상 5.1초)가 나왔다. BMW의 구형 ‘M3’와 ‘M5’를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이다. 여기에는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인 7단 DCT가 큰 공헌을 했다. 동력 손실을 줄이고 변속 스피드가 프로 레이서보다 빠른 변속기가 높은 출력과 만났으니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연료소비효율도 L당 9.9km로 좋아졌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적잖은 발전이 보인다. BMW 특유의 키드니 그릴은 더욱 커져 강력한 인상을 주고, 날카로운 옆 라인은 구형 Z4에서 더욱 발전했다. 뒷모습은 6시리즈와 비슷하게 변하면서 우아해졌다. 실내도 화사한 크림색 시트와 검은색 우드그레인, 군데군데 포인트로 자리 잡은 크롬색 트림이 조화를 이루며 럭셔리한 맛을 풍긴다. 다만 시대를 대표하는 로드스터를 맞이하려면 9000만 원은 지참해야 한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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