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빌려가세요” 마케팅 경쟁

은행들, 금리 낮추고 한도 확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금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전세금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대출한도를 높여 전세자금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1일부터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신한전세보증대출’의 금리를 0.2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 금리에 연동된 1일 현재 대출금리는 은행권 최저 수준인 연 5.27%다. 이 상품은 서울경기 지역과 기타 지역의 시 소재 아파트에 새롭게 전세로 입주하는 고객에게 최대 2억 원을 빌려준다. 이미 전세로 살고 있으면서 생활자금이 부족한 이들은 생활안정자금으로 1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담보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을 출시했다. 금리는 6.00∼7.02% 수준. 새로 전세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최대 2억 원을 빌려주고 생활자금 대출 한도도 최대 1억 원이다. 대출기간은 최장 2년이지만 전세 계약이 연장되면 대출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대출을 받으려면 전세계약 체결 뒤 전세금의 10%를 지급하고 집주인의 전세자금 채권양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전세자금 대출한도도 늘어났다. 하나은행이 내놓은 ‘아파트 전세론’은 신규 전세자금일 경우 대출 한도가 최대 3억 원이다. 전세보증금 70% 범위 안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생활안정자금은 1억 원까지 빌려준다. 다만 이자가 소득의 30%를 넘어서는 경우엔 대출이 제한된다.

또 기업, 신한, 우리, 하나은행과 농협 등 5개 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에 대한 전세자금 대출한도를 종전 연간소득의 2배에서 2.5배로 늘렸다. 주택금융공사가 신혼가구의 주거와 생활안정을 돕기 위해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보증료를 0.1%포인트 인하하는 등 특별보증 지원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주택구입 자금의 경우 보증한도가 신용등급별로 1000만 원씩 늘어났다.

이처럼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전세금 급등에 따라 부족한 전세금을 채우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영업이 위축되고 있는 은행들도 전세자금 대출이 새로운 수익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359억 원에서 지난달 26일 현재 963억 원으로 늘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