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직장 만들기]M&A,배우자 고를때처럼

  • 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결혼을 흔히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한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가 평생의 행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 배우자가 될 사람이 평생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가치관과 집안 분위기가 비슷한지, 미래 아이들의 좋은 부모가 될 만한지 등을 잘 살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 소개를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연봉 수준, 집안 분위기 등 외형적인 조건으로 성급히 결정하기보다 배우자가 살아온 삶의 과정과 내면의 가치, 미래 비전 등에 대해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것은 ‘결혼’과도 같은 일생일대 중대한 사건이다. 기존 시장 확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 경쟁 구도 변화, 축적된 노하우 습득, 성장 추구 등 각각의 인수합병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혼자서는 힘드니 서로 힘을 합해 더 잘살아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들을 인수합병의 시너지라고 한다. 인수합병 대상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러한 시너지를 확인하고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 가격을 설정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들이 얻는 시너지 효과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 원천은 모두 ‘인적자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 주로 간과하는 영역이 바로 시너지 효과의 핵심인 ‘인적자원관리’이다. 눈에 보이는 상대방의 재력, 집안, 직업 등만을 보고 결혼을 성급히 결정하는 것처럼 매물로 나온 기업의 재무상황, 시장점유율, 특허권만 보고 인수합병 여부와 금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인적자원과 관련해 숨겨진 부채나 리스크를 뒤늦게 확인하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질적인 조직문화와 근무 방식으로 조직원 간 내부 갈등이 깊어져 인수 및 피인수 기업의 유능한 인재들을 잃게 되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것. 상대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결혼했다가 후회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명한 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할 때 인적자원의 성공적인 통합부터 준비한다. 인수 전 기업 실사 과정에서 대상 기업의 사람관리 특성, 조직문화를 면밀히 검토하고 인적자원과 관련한 부채 및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 의사 결정한다. 인수합병 후에는 조직과 제도 통합은 물론이고 가치와 문화, 구성원들의 정서 등을 통합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인수합병의 목적인 시너지 창출은 인적자원이 성공적으로 통합될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고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

김동철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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