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1년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간 투자자들이 체득한 교훈은 ‘분산 투자를 하되 시장에 발을 담가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참 야속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직하다. 리스크를 감내한 자에게는 그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주지만 변동성과 리스크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장에서 발을 뺀 투자자에게는 배 아픈 결과를 안겨주기도 한다.
○ 주식형 펀드 비중 줄여
금융위기를 경험한 자산가들은 투자 실패의 교훈을 얻어 철저하게 자산을 분산시키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자산가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식형 펀드를 선호했다. 거치식으로 한 지역에 ‘몰빵’ 투자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젠 주식형 펀드 외에 채권형 펀드로 눈을 돌리는 부자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금리가 많이 내려 메리트가 낮아졌지만 상반기에 채권형 펀드에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고객이 제법 많다. 특히 분리과세 채권형 상품은 목표수익률이 연 6%였지만 실현수익률은 연 9%가 넘어 만족스러워한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분리과세 채권형 상품은 금융소득종합과세도 피할 수 있어 이를 감안한 수익률은 실제 두 자릿수다.
현재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만기매칭형 채권’과 ‘파생연계증권(DLS)’이다.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채권이나 해외발행채권을 신용과 연계해 판매하는 이들 상품에 거액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사모펀드 형식의 목표전환형 펀드도 인기가 높다. 이 펀드는 사전에 정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기간과 상관없이 청산 후 자동 상환된다. 목표수익률은 정기예금의 2, 3배 수준.
○ 시장을 떠나지 말라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저금리로 인해 증시 상승이 이어지고 금리가 오르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였다. 하지만 최근엔 금리의 적정한 상승이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금리 상승을 경기 회복의 시작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 들어 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한 채권형펀드는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다. 이 펀드는 자산의 일부를 고위험, 고수익 채권인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에 투자한다. 이 상품은 저금리 시대에 자산가들이 찾아낸 일종의 틈새상품.
특히 자산가들은 대부분 적립식 펀드의 불입을 중단하지 않았다. 많은 투자자가 2008년 10월경 기존 적립식 펀드 불입을 중단했다. 추가 하락이나 공황까지도 갈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 때문에 시장에서 잠시 발을 뺀 것. 하지만 불과 8개월 남짓한 현재 시장에 남아있던 자산가들은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렸다. 시장을 떠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자산가들 역시 앞으로의 시장 방향을 예단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고 상당 기간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본다. 시장이 계속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1년 365일 중에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날은 평균 10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날이 언제인지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계속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똑똑한 자산가들은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 발을 담근 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꾸준한 시장 참여자들만이 맛볼 수 있는 과실을 기대하면서.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