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마라”는 말들을 합니다. 여러 상황에서 많이 쓰이지만 특히 먹을거리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음료회사들이 서로 가격을 담합해 올린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먹는 걸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가 종종 있습니다.
담합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만 소비자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바로 경제 불황으로 다 같이 고통받는 시기에 ‘먹는 걸로 장난쳤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황기에는 단기간 매출 올리기보다 고객과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업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더욱 솔직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이른바 ‘진실 마케팅’입니다.
현대백화점은 7월 초부터 식품 매장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상품 600여 종에 대해 열량 및 영양성분을 공개했습니다. 비만 등 성인병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고객들이 상품구매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자율적으로 제공한 것이죠. 공장에서 생산된 가공식품은 칼로리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돼 있지만, 백화점 매장에서 즉석 제조 판매하는 상품은 표시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대백화점 내부에서는 “남들은 하지 않는 것을 굳이 우리가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등 반발도 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저트 상품들이었습니다. 컵케이크, 타르트, 조각케이크 등 20, 30대 젊은 여성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상반기 매출이 20% 이상 증가한 상품들의 칼로리가 예상보다 높았던 것이죠.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칼로리 등을 전격 공개하면서 ‘매출 유지’보다는 ‘신뢰’를 선택했습니다. 게다가 8월부터는 성분 표시 글자의 크기를 더 키웠습니다.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이긴 하지만 ‘쇠고기 이력 추적제’도 역시 소비자와의 신뢰를 강조한 것입니다. 피자헛이나 버거킹 등 100개 이상의 사업장이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들도 칼로리와 영양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홍삼을 생산하는 정관장과 일부 김치회사의 공장 견학 프로그램 등도 ‘믿음’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반드시 소비자와의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먹을거리로 장난치지 않겠다는 ‘진실 마케팅’은 그 첫걸음일 수도 있습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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