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구고… 속으로 웃고… 신종플루 업계 희비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해외여행객 40% 급감
항공-관광업계 울상

하나투어는 이달 들어 전 직원이 1주일씩 돌아가며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 9월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40% 떨어졌고 10월에는 그 이상 감소할 게 불 보듯 뻔한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다. 1∼8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5%나 하락했다.

모두투어도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사망자가 국내에 처음 나온 지난달 15일을 기점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경기 침체까지 겹쳐 동남아시아 여행객이 가장 많이 줄었다.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7월 내국인의 해외관광은 전년 동기 대비 29%나 감소했다. ‘환율 효과’의 덕으로 올해 들어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났던 외국인 관광객 입국도 국내 첫 신종 플루 감염자가 나온 5월부터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7월에는 방한 중이던 인도네시아 합창단원들이 신종 플루에 감염돼 경남 세계합창대회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방한 예약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다른 동남아 여행객들도 여전히 한국 방문을 꺼리고 있다.

국내 여행을 전담으로 하는 여행사들도 신종 플루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수학여행 등 대규모 단체여행을 전담으로 하는 여행사들은 대규모 취소 사태를 맞고 있다. 제주도 수학여행을 주로 담당하던 A여행사는 8월 말부터 줄줄이 잡혀 있던 5건의 수학여행 예약이 취소됐다. 제주도 내 여러 청소년 수련시설들도 업체별로 3, 4건씩 예약 취소 사태를 맞고 있다.

이처럼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자 항공업계도 유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동남아시아 노선 탑승객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3% 줄어든 것. 업계 관계자는 “신종 플루가 장기화될 경우 이런 추세가 국제선 전 노선으로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온라인 쇼핑-택배 특수▼
세정제 없어서 못팔아

온라인 쇼핑몰, 택배업체 등은 신종 인플루엔자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휴가철과 겹친 7, 8월은 온라인 및 홈쇼핑 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몰리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의 8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3%나 늘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불황과 장마 등으로 나들이가 줄어든 것과 함께 신종 플루가 매출 향상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9월에는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서는 지난달 17∼30일 마스크 판매량이 이전 2주(3∼16일)에 비해 1300% 증가했다.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진 홍삼 등 건강기능 식품도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 고객이 많아질수록 택배물량이 많아져 택배업계도 동반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 8월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 늘었다.

녹십자 등 제약업계 역시 신종 플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단기간에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국을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인식한 일본, 중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늘어나면서 호텔과 면세점도 혜택을 입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8월 일본인 투숙객이 작년 동기 대비 25% 정도 늘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은 별도의 ‘신종 플루 대책 전담반(TFT)’을 만들어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물품의 확보에 나서는 등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 A사는 3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다음 주부터 TFT를 가동키로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일부 건강 및 생필품 등에 대한 물량을 제때 확보하고 소비자들의 ‘안전 심리’를 겨냥한 마케팅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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