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회장 ‘직무정지’ 중징계

우리銀 재직때 대규모 손실 관련… KB회장 연임 불가능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사진)에 대해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징계조치를 내렸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시중은행장이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황 회장은 임기인 2011년 까지 KB지주 회장직은 유지할 수 있으나 연임은 할 수 없다.

이번 징계는 우리은행이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지난해 말까지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은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한 황 회장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3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징계심의 결과를 확정했다. 심의 결과에 따르면 황 회장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총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은행법 54조 규정을 어겼고 그 결과 원화 기준으로 1조6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중 황 회장의 재임 때 이뤄진 투자로 인한 손실은 1조1800억 원이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에 적용된 은행법 54조는 ‘건전한 운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위반하고 위험한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이사회 의결 없이 투자담당 부행장에게 적용하는 경영 목표치를 1조 원 이상 높여 CDO 투자를 사실상 부추겼다는 점도 이번 중징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