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프랑스 보르도 출장 길, 동료와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랄랑드’의 전망 좋은 발코니에 앉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잘 가꿔진 양조장, 탐나는 와인이 수두룩한 저장고 등이 있는 정상급 샤토(와이너리)는 대체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저 멀리 보이는 1등급 ‘샤토 라투르’와 당시 방문했던 2등급 샤토의 가격차도 궁금했다. 아파트 값이나 골프장 회원권 가격처럼 각국 주요 와이너리 가격이 꾸준히 추적되면 좋으련만 이들의 가치를 알 방법은 많지 않다. 매각 소문이 돌거나 실제 매매가 이뤄질 때 간간이 알 수 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1등급 샤토 라투르가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예상 매매가는 2억 유로(약 3560억 원). 이 기사가 보도된 후 보르도 현지에서는 6억 유로(약 1조680억 원)를 예상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결국 이 매각은 무산됐지만….
와인의 성지 보르도에서는 2006년 한 해 동안만 22개 샤토가 새 주인을 맞았다. 이 중에는 ‘셍테스테프의 샤토 라투르’란 별명을 갖고 있는 2등급의 ‘샤토 몽로즈’도 포함됐는데, 새 주인인 프랑스 통신회사 부이그텔레콤이 지불한 금액은 2000만 유로(약 356억 원)였다.
지난달 중순엔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생테밀리옹의 ‘샤토 슈발 블랑’, ‘샤토 라투르 뒤 팽’, ‘샤토 퀴노 랑클로’의 모든 지분을 LVMH그룹에 팔았다. 이 중 샤토 퀴노 랑클로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아르노 회장이 공동 소유주인 알베르 프레르 씨와 함께 1000만 유로(약 178억 원)에 샀다고 소문난 샤토다. 현재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은 국내에서 병당 20만 원대에 팔리고 있다.
미국에선 2007년과 2008년 연이어 ‘파리의 심판’(1976년 열린 프랑스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대결)의 두 주인공 와인의 와이너리가 새 주인을 맞으며 가격이 공개됐다. 레드와인 1위였던 미국 ‘스태그스 리프 와인 셀라스’는 1억8500만 달러(약 2312억5000만 원)에, 화이트와인 1위였던 미국 ‘샤토 몬텔레나’는 1억1000만 달러(약 1375억 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투자는 투자를 낳고, 시간이 갈수록 유명 샤토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샤토 주인장이란 꿈일랑 일찌감치 접지만 이 바람만큼은 지켜졌으면 좋겠다. 주위 좋은 사람들과 가끔은 그곳의 와인들을 즐길 수 있도록, 와인 가격은 현실 가능한 범위에 머물기를 말이다.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1973년산이 화이트와인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이 와이너리 이야기는 영화 ‘와인 미라클’(원제 ‘Bottle Shock’)에도 소개됐다. 지난해 7월 보르도의 ‘샤토 코 데스투르넬’의 소유주가 새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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