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리포트]토종 욕실용품회사 로얄&컴퍼니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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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이야? 갤러리야?
디자인 입은 화장실, 집 안의 문화공간이 되다

《인간이 평생 3∼4년의 시간을 보낸다는 욕실. 집 안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으면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욕실이 디자인을 입은 휴식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재충전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되며 집의 인테리어 포인트가 거실에서 주방으로, 나아가 욕실로 옮겨가고 있다. 어느덧 욕실도 디자인을 입고 문화가 접속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초 로얄토토에서 사명을 바꾼 로얄&컴퍼니는 스스로를 욕실문화기업이라고 부른다. 1970년 로얄금속으로 출발한 로얄&컴퍼니는 40년 가까이 욕실용품 한 길만 걸어오며 닫힌 공간이던 욕실을 열린 공간으로 끌어낸 주인공이다. 기업 이념도 ‘물과 사람의 행복한 만남’이다.》

○ 국내 수전시장 점유율 30%

아직 로얄&컴퍼니라는 사명은 많은 소비자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로얄토토라 하면 대부분이 ‘아, 수도꼭지’라며 고개를 끄떡인다. 로얄&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980억 원 수준. 올해 매출은 1100억 원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품목별로 차이는 있지만 욕실용품 전체로 본다면 국내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욕실전문회사다. 수도꼭지와 샤워기로 대표되는 수전류 매출이 절반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위생도기(30%)와 비데(10∼15%) 순이다. 국내 수전 시장 점유율은 30% 안팎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로얄&컴퍼니는 일본 토토(TOTO·東陶技器)와의 협력관계가 청산되면서 순수 국내 토종기업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올해 1월 사명을 바꿨다. 로얄&컴퍼니는 1980년 일본 토토와 제휴(25% 지분투자)를 맺은 후 국내에서 ‘토토(TOTO)’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2003년 두 회사 간 지분 관계가 정리되고 지난해 말 기술제휴 등을 끝내면서 제2의 창업에 나서게 됐다.

당초 사명을 로얄토토가 연상되지 않는 다른 이름으로 바꾸려 했으나 국내 시장에서 ‘로얄’이라는 브랜드 명칭이 강하게 심어져 있어 기존 ‘로얄’이라는 이름은 살렸다는 후문이다. 그 대신 뒤에 ‘&컴퍼니’를 붙여 기존의 수도꼭지(수전)뿐만 아니라 위생도기, 비데, 에티켓벨, 에어타월 등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제품에도 로얄의 영문 앞글자인 ‘R’ 로고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로얄&컴퍼니를 인식하도록 했다.

○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아라

로얄&컴퍼니는 사명 변경과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 ‘로얄비니(Royal Vini)’와 대중 브랜드 ‘로얄티(Royal T)’를 선보였다. 기존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바꾸기 위한 포석이었다. 박종욱 사장은 “브랜드에 대한 최종소비자의 인지도가 없이는 회사의 장기적인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고 밝혔다.

외부 환경 변화도 성장을 위한 전략 궤도 수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창업주 박신규 회장에 이어 1999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박종욱 사장은 중국 업체들이 미래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시장에서 오랜 브랜드 역사를 내세운 일본 토토라는 선두업체와 저가(低價) 제품을 쏟아놓는 중국 업체 사이에서 한국 욕실용품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박 사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서부터 철저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시장을 다져놓아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값이 비싼 브랜드는 브랜드 자체에서 주는 감성적 가치가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철저한 브랜드 관리… 문화마케팅… 건설 불황에도 20% 성장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경쟁사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문화강좌나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마케팅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또 전체 임직원의 10%는 연구개발(R&D) 인력일 정도로 다양한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건설경기 불황에도 로얄&컴퍼니의 매출은 20% 가까이 성장했다. 건설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납품은 줄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욕실 리모델링 수요가 늘면서 로얄&컴퍼니의 B2C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경쟁회사들이 조업을 중단하며 생산량 조절에 나설 때도 로얄&컴퍼니는 공급 물량이 달려 공장을 100% 가동해야 할 정도였다.

○ 해외시장을 잡아라

로얄&컴퍼니는 B2C와 함께 해외 진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금 5% 정도인 수출 비중을 앞으로 5년 안에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이 두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특히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20년 넘게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 토토가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시장이지만 품질 및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에서는 전체 욕실용품 시장에서 욕실 리노베이션 수요가 10∼15%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서는 욕실 리노베이션이 전체 욕실용품 시장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나연정 로얄&컴퍼니 대리는 “일본 현지 제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으로 제품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저가형 제품이 워낙 많아 아예 소득 상위층을 겨냥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파트 입주자가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건축자재를 직접 고르기 때문에 B2C 수요가 클 것으로 로얄&컴퍼니는 보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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