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갤러리로얄에서는 ‘상상하는 뚜왈렛’이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인간의 가장 은밀한 장소 ‘욕실과 화장실’을 모티브로 작가들은 화장실이 담고 있는 신체적, 사회적, 심리적 의미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변기를 샘으로 생각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대중목욕탕 속 등 돌린 사람들은 소통이 부재된 현실을 풍자하기도 했다.
갤러리로얄은 강남 지역에 사는 30, 40대 주부들에게 소문난 명소다. 젊은 미술 작가들의 열정 가득한 작품은 물론 다양한 문화강좌, 와인바, 북카페를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올 상반기(1∼6월)에만 10만 명이 이곳을 찾으면서 지난해 방문객이 8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사실 갤러리로얄은 로얄&컴퍼니 사옥이다. 2006년 300억 원을 들여 지은 이 사옥은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탁 트인 공간에 젊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과 함께 로얄&컴퍼니의 제품전시장인 ‘목간(沐間)’, 그리고 북카페와 와인바 등 레스토랑도 있다. 빌딩 가운데는 야외 정원을 조성해 소비자 대상의 문화강좌를 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유일하게 회사 제품을 알리는 공간인 목간도 상업성보다는 하나의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해 매출 1000억 원 안팎의 중견기업이 사옥의 절반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이유는 무엇일까. 부엌의 경우 몇몇 브랜드가 정착한 반면 욕실용품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하지 못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에선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나 주택을 지을 때 욕실용품을 뚜렷한 기준 없이 고르는 경우가 많아 욕실용품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거래(B2C)가 필요한데, 그동안 고객들과의 접점이 아쉬웠던 것. 로얄&컴퍼니 측은 “갤러리로얄을 통해 문화예술 방면으로 꾸준한 사업을 펼쳐 진정한 욕실문화전문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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