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7일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대상을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택 구매 수요는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최근 경기회복 분위기와 맞물려 집값이 회복되고 있는 수도권 외곽지역은 이번 조치로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을 따져 대출액을 제한하는 DTI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보다 훨씬 강력한 부동산 규제수단이다.
○ 집값 들썩이자 강도 높은 DTI 처방
정부가 가까스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것을 각오하고 DTI 규제라는 ‘칼’을 뽑아든 것은 수도권의 집값 급등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한 달 사이에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발(發) 집값 상승세는 강북은 물론 과천, 용인, 인천 등 수도권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4일 현재 아파트 매매 가격은 과천시가 17.4%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서울 강동구(16%)와 송파구(12%)를 비롯해 서초구(8.8%), 강남구(8.0%)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유동성이 넘쳐나고 금리도 낮은 상태에서 집값이 예상보다 빨리 바닥을 치고 반등하자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린 결과다.
금감원은 8월 말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41조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1∼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역시 28조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특히 6월(4조5000억 원), 7월(4조5000억 원)에 이어 8월까지 3개월 연속 4조 원 이상의 증가세를 보였다.
○ “상승세 가라앉히기는 역부족”
전문가들은 주택구입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만큼 소득 대비 대출규모를 제한하는 DTI 규제가 매수 심리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집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껴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매수 심리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주부 등은 이번 조치로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융규제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 만큼 집값 오름세가 일단 진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사는 의정부시, 동두천시, 파주시, 이천시 등의 경우 이번 조치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이미 달아오른 상태여서 DTI 규제만으로는 열기를 가라앉히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수요자들이 과거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급등한 것을 체험한 만큼 투자열기가 급격히 냉각되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현실적으로 연소득의 50∼60%까지 채워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번 조치의 위력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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