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4일 내놓은 기간제근로자 실태조사는 정부가 주장해 온 ‘해고대란’ 수준과는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만족할 만한 정규직 전환효과를 얻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해고도, 정규직 전환도 아닌 ‘어정쩡한’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편법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 ‘무늬만’ 정규직 논란 가중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7월 계약기간 2년이 끝난 기간제근로자 1만9760명 중 7276명(36.8%)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계약이 만료돼 실직한 근로자는 7320명(37.1%)이었다. 논란의 핵심은 ‘기타’로 분류된 5164명(26.1%). 비정규직법의 내용을 근로자나 고용주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근무하게 된 이들이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2년 이상 고용이 유지된 경우에 해당한다.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에 의하면 이들도 모두 정규직 또는 고용보장을 받는 무기계약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동부는 “‘기타’에 해당하는 사업장은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으로 사실상 ‘잠재적 고용불안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에서는 “이들도 모두 정규직 전환 근로자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산업현장의 사정이다. 노동부가 내놓은 실태조사는 중소 사업주들이 비정규직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기간제 계약을 다시 하든지 해고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법에 따라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된 만큼 만약 이들이 해고된다면 개별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거나 집단소송을 낼 가능성도 있다.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 고용불안 해소할 정책 마련해야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비정규직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진정한 정규직 전환 효과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과 커다란 괴리만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정부 방침이나 법 규정에 상관없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없이 계속 고용할 계획이다.
서울의 A출판회사는 사용제한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 12명을 모두 정규직 전환 없이 고용하고 있다. A사 측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의 1인당 월인건비 증가액이 25만 원 정도로 1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3600만 원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된다”며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정부 당국의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일부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제한 기간을 아예 삭제하거나 4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경영환경이 불확실하고 업무량도 유동적이어서 비정규직 활용이 필수”라며 “따라서 고용제한 기간 연장이나 유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고용제한 기간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재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 보완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인 무기계약직을 두껍게 형성해 임금유연성과 고용안정성을 적절히 교환함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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