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37% 정규직으로, 37%는 해고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나머지 26%, 시한폭탄
영세업체들 편법 고용유지
해고 땐 줄소송 가능성
사회갈등 새로운 불씨로

노동부는 4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법 시행 이후 7월 16일부터 8월 12일까지 전국 1만1426개 표본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 중 올 7월로 계약이 끝난 1만976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조사 결과 7320명(37.1%)이 직장을 떠난 반면 1만2440명(62.9%)은 일자리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나 일자리를 유지한 근로자 가운데 무기계약을 체결하는 등 고용계약이 완전히 바뀐 경우는 절반(36.8%)을 조금 웃돌았다. 나머지(26.1%)는 고용계약 변경 없이 해고만 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4명 중 1명 이상이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기타’로 분류된 이들은 사업주가 기간제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법 시행과 상관없이 기간제로 계속 고용하거나 아예 아무런 방침이 없는 경우다. 사업주들이 비정규직법 시행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체했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합의’ 아래 고용을 유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주로 영세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인천 남동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계약기간 2년을 채운 주부 숙련공 3명을 계속 고용하고 있다. “계속 일하게 해 달라”는 주부들의 요청과 당장 숙련공을 구하기 힘든 회사 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A사처럼 2년이 넘은 기간제 근로자가 해고되지 않고 계속 근무하면 비정규직법에 따라 법적으로는 정규직 신분이다. 이들을 포함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1만2485명(62.9%)에 이른다. 당초 노동부가 비정규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내세운 정규직 전환비율(30%)을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우려한 ‘해고대란설’을 둘러싼 과장 논란 및 책임공방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계약 연장은 잠재적 ‘시한폭탄’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500만 명을 넘는 현실 속에서 기간제 유지를 통한 편법 정규직 전환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년 6월 말까지 계약 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38만2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만 명가량이 기간제 계약 유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정규직인 이들은 해고가 쉽지 않아 기업에 부담을 주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들의 고용불안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행정지도를 강화해 완전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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