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IFA 2009’에서 ‘TV 한일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은 3차원(3D) TV를 앞세워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TV 등 화질을 강조한 한국 기업에 도전했다. 세계 TV 시장에서 LCD TV는 한국 기업에 주도권을 뺏겼지만, 3D TV로 1위를 탈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이번 전시회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2010년을 3D TV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고 3D를 시청할 수 있는 TV와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파나소닉은 3일(현지 시간) 103인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통해 미국 20세기폭스사와 제작하고 있는 3D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의 일부 장면을 공개했다.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 등을 만든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신작. 파나소닉은 연말 아바타 개봉 등 2009년은 영화 시장에서, 2010년은 가정에서 3D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소니도 3D 애니메이션 영상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면서 2010년을 3D TV의 원년으로 삼고 내년에 3D TV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번 전시회에서 3D TV를 선보였다. 문제는 콘텐츠였다. 소니가 내년에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디즈니, 파라마운트사에서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한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 이렇다 할 콘텐츠 제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권일근 TV연구소장(상무)은 “3D TV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 부족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2, 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은 3D 확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TV는 화질과 사이즈가 중요했지만 앞으로 홈시어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극장에서 봤던 3D 화면을 거실에서 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때문. 실제로 미국 투자회사 파이퍼재프레이는 3D 시장 규모가 올해 55억 달러에서 2012년 2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경식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마케팅팀 상무는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뒤 3D 상용 제품을 서둘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 산업에서 하드웨어적인 기술 경쟁보다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 경쟁이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베를린=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