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공간을 활용하는 대형마트의 '틈새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처음엔 우유와 시리얼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 상품을 같은 진열장에 전시해 판매하던 것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혀 의외의 틈새 마케팅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종류가 완전히 다른 두 품목이 서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
식품매장 요리책이 대표적인 경우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신세대 주부들을 겨냥해 여러 가지 요리법을 설명하는 핸디북을 식품매장 앞에 진열했다. 공간도 거의 차지하지 않았다. 처음엔 조미료 코너 제품 사이 10cm 공간에 책을 주렁주렁 달아놓기만 했다.
지난달 6일 처음 선보인 이 '식품매장 요리책'은 6일까지 한 달 만에 1만5000권이 팔렸다. 처음엔 15개 점포에서 시범 판매되다 호응이 좋아 3일부터 이마트의 모든 점포로 확대했다. 판매가격이 권당 3500원이니 '버리던' 10cm가 한 달 4800만 원의 매출을 낳은 셈이다. 방종관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젊은 주부나 독신자들은 요리를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품을 사면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도록 요리책을 일부러 식품 매장에 진열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이마트 졸음깨는 껌'도 비슷한 경우다. 이 껌은 올해 바캉스 시즌을 맞아 일부 점포에서 껌 진열대가 아닌 자동차용품코너에 진열됐다. 껌 진열대보다 오히려 자동차코너 구석 '10cm'에 배치되고 나서 고객 호응이 더 좋자 이마트는 초콜릿과 캔디 종류까지 자동차 코너에 진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롯데마트도 계란 매대 위에 소시지를 함께 판매하는 등 틈새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실제 판매대보다 전혀 의외의 공간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제품군이 많다"며 "숨어있는 10cm를 찾는 것이 최근 대형마트의 중요한 마케팅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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