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대한 평가는 극적(dramatic)으로 개선됐다. 한국은 ING그룹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얀 호먼 ING그룹 회장은 7일 한국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ING생명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호먼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금융시장은 미국과 서유럽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올 4월 ING그룹의 회장을 맡은 그는 취임 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했다.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ING그룹을 회생시킬 ‘소방수’로 기대를 받고 있는 그는 한국의 빠른 경기회복과 정부의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호먼 회장은 “경제위기를 거치며 세계 금융권의 한국에 대한 평가는 현저히 개선됐다”며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달리 한국이 위기에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빠른 경기회복의 원인으로 환율 안정과 시장상황에 따른 유연한 재정정책을 꼽았다. 그는 또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의 면담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 조치를 펴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이를 통해 한국 금융시장의 혁신성과 창의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먼 회장은 “한국의 생명보험시장은 세계 7, 8위 규모의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시장에 계속 투자한다는 그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ING타워를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에 대해 “부동산 매매가 투자금 회수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희망퇴직 역시 비용과 사업 활동 간 규모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먼 회장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KB금융지주에 대한 투자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ING그룹은 KB금융지주의 지분 5.06%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KB생명의 지분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KB금융지주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결정한 만큼 단기적인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KB생명의 방카쉬랑스 확대도 ING생명과 상호보완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내린 데 대해선 “한국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한편 호먼 회장은 “세계경제가 심리적인 패닉(공황) 수준에서는 벗어났지만 회복속도는 시장과 지역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남미는 빠르게 회복 중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높고 재정부채 확대가 부담이 되고 있는 데다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보다 유럽이 좀 더 늦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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