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7월부터 꾸준한 매수 우위를 보이며 증시를 뜨겁게 달구었던 외국인이 지난주에는 1일과 4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
7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주(8월 31일∼9월 4일) 총 4441억 원을 매도했다. 특히 2일과 3일에는 각각 2836억 원과 1473억 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매수 우위였던 1일과 4일에는 그 규모가 각각 325억 원과 97억 원에 그쳤다. 외국인의 이 같은 매매패턴 변화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 코스피 대표 종목에 외국인 매도세 집중
외국인의 매도 움직임이 주목받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외국인이 이틀 연속 매도한 것은 7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특히 3일 매도 규모는 4월 8일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에서도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사들였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의 대표급 기업들을 주로 팔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현대모비스(―4689억 원) LG디스플레이(―2078억 원) 삼성전자(―2035억 원) 현대자동차(―1001억 원) LG전자(―658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동안 지속돼 온 외국인 매수세가 이제 매도세로 바뀐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 한국 경제와 증시 여전히 매력적
증시 전문가 사이에선 지난주 외국인의 매도 움직임이 일시적인 현상일 뿐 매매패턴의 변화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나 IT와 자동차 업종을 포함한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전망이 더 많다. 대신증권 박중섭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외국인 순매수의 원인으로 보이는 경제회복과 기업실적 모멘텀은 여전하다”며 “한국 기업의 실적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것은 국내 증시의 매력을 높이고 외국인의 유입을 이끄는 근거”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이 매수한 규모는 총 21조 원에 이른다. 최근 매도 규모도 컸지만 그동안의 총매수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나대투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매도가 집중된 많은 종목은 단기간에 급등해 차익 실현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까지는 외국인의 매수 기조 자체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외국인 관심 종목 달라지나
외국인이 경기 민감주를 매도한 반면 그동안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통신, 음식료, 의약품 같은 경기 둔감주의 비중을 최근 눈에 띄게 늘렸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코스피의 음식료, 통신, 의약품 업종에서 1665억 원을 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동차와 IT 업종에선 7141억 원을 팔았다. 이 기간에 코스피 중형주에선 1026억 원을 매수했고 대형주에선 613억 원을 매도해 중형주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신영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외국인은 한국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실적 추세를 주목한다”며 “당분간 조정을 거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미국 시장 비중이 큰 IT와 자동차 종목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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