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낮은 한국, 고용사정 왜 나쁜가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취업포기자는 실업통계 빠져… 고용률 OECD 22위
재계 “노동시장 규제 풀어야 기업들 일자리 늘려”

지난달 말 오전 8시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8번 출구.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7)는 그가 가고 싶은 중견업체 이름을 적은 플래카드를 앞에 놓은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박 씨는 “이렇게 해서라도 출근길 선배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박 씨는 통계상으로 실업자가 아니다. 취직하지 못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전북 군산에 작은 옷가게를 차려줬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자영업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맨손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창업자 밑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2년째 같은 기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상 옷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취업하려 애쓰고 있다. 박 씨처럼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실업률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청년이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업률은 3.3%로 30개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낮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률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취업 포기자와 같은 비(非)경제활동 인구를 반영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고용률은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을 따지기 때문에 실제 일자리 수를 반영한다.

한국의 고용률은 63.8%로 OECD 국가 중 22위에 그친다. OECD 평균 고용률 66.5%보다도 낮다. 더 큰 문제는 사회 초년병인 25∼34세의 고용률이 30개국 중 29위로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보다 낮은 곳은 터키뿐이다. 이 고용률은 올해 7월 현재 2년 전인 2007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떨어지는 등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해결 방안으로 고용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최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앞장섰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최근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업관련 각종 규제가 완화됐지만 고용정책에 대해서만은 전혀 변화가 없다”며 “관련 팀 인원을 두 배로 늘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매진할 것”을 독려했다.

喚曆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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