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B 씨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씨는 원금을 회복한 반면 B씨의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 비밀은 A씨가 적립식으로, B씨는 목돈을 한번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는 데 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 10월 말 적립식펀드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도 주가가 1,600선을 넘어선 최근 9.5% 가량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떨어질 때도 꾸준히 투자해 평균매입단가가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최근 주가가 '널뛰기 장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또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연초 대비 40% 가까이 지수가 올랐기 때문에 하락세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지수에 상관없이 적립식 펀드에 꾸준히 투자하라고 권한다. 지난해처럼 주가가 떨어질 때 공포감에 휩싸여 투자를 중단하면 주가 회복기의 달콤한 열매를 놓치고 만다는 지적이다.
●수익회복의 비밀은 꾸준한 투자
펀드에 가입한 뒤 급락하는 주가에 십년감수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펀드시장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물건값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돈을 번다는 이치를 떠올리면 적립식 펀드 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을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원금 80만 원을 4개월간 적립식 펀드에 넣은 투자자와 거치식으로 한몫에 맡긴 투자자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모든 펀드는 첫 설정 때 기준가격 1000원(1좌=1원)으로 시작한다. 적립식 투자자가 첫 달에 20만 원을 넣었다면 해당펀드에 20만 좌가 생긴다. 다음달 주가가 50% 떨어져 기준가격이 500원일 때도 20만 원을 넣어 40만 좌가 추가로 생겼다. 다음달 주가가 첫 달의 50%(기준가격 1500원)만큼 올랐을 때는 13만3333좌가 더 늘어났다. 그 다음달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다시 20만 좌가 생겼다.
펀드의 수익률은 기준가격 대비 평균매입단가의 비율로 계산한다. 적립식 투자자는 총 80만 원을 들여 93만3333좌를 샀다. 평균매입단가는 857원. 1000원짜리 상품을 857원에 샀기 때문에 16.7%의 수익률(13만3600원)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첫 달에 80만 원을 한꺼번에 투자한 거치식 투자자는 1000원짜리 물건을 1000원에 샀다. 같은 물건을 더 쌀 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그가 벌어들인 돈은 0원이다.
물론 주가가 떨어졌을 때 대거 사들이면 큰 수익을 얻겠지만 매번 투자시기를 잘 잡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시기를 생각하지 않고 꾸준히 붓는 게 적립식 펀드투자의 핵심이다. 동양종금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우재룡 소장은 "주가는 등락을 거듭해도 항상 직전 고점을 뚫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언제 첫 투자를 시작하든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기다리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대부분의 적립식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면 공포심에 납입을 중단하기 때문에 크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투자로 손해 볼 가능성을 줄여야
적립식펀드 투자를 한다는 말은 장기투자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며 오래 투자해 얻었던 수익을 날린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에 대한 불신이 생길 법하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할수록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처음 산출된 1980년 이후 지금까지 1년간 투자했을 때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평균 8.3%였지만 5년 투자하면 평균 48.2%로 크게 높아졌다. 1년 투자했을 때 수익을 낼 확률은 65%였지만 4년으로 늘리면 80%까지 높아졌다는 것.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처럼 연간 주가가 50% 넘게 폭락한 때는 1980년 이래 세 차례밖에 없었고 주가폭락 다음해는 반드시 30~40%의 수익률이 났다"고 지적했다. 단, 복리로 환산한 연평균 수익률은 1980~1990년대는 2년, 2000년 이후는 4년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면 적당한 시점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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