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면서 수입차 시장에서도 중소형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수입차 업체는 신차의 가격을 기존 모델보다 낮추는 ‘저가(低價) 마케팅’에 나서는 등 중형차를 둘러싼 판매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31일 선보인 중형차인 ‘뉴 E클래스’가 판매에 들어간 지 불과 열흘 만에 계약대수 1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판매대수는 다음 달 초쯤 공개될 예정이지만 수입차 업계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판매로 보고 있다. 신차 출시 이전까지 벤츠의 뉴 E클래스는 비슷한 수준의 BMW 5시리즈와 아우디 A6 모델에 비해 부진한 판매를 보였다.
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이번에 선보인 뉴 E클래스가 7년 만에 나온 ‘풀 체인지’(디자인과 엔진 등을 모두 교체)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모델보다 가격이 300만∼400만 원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이번에 나온 E300(8150만 원) 모델은 구형인 E280(8490만 원)보다 340만 원가량 싸졌다. 한층 고급화된 사양과 성능을 갖춘 신차의 경우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고급 세단의 대명사인 벤츠가 저가 마케팅에 나설 정도로 수입 중형차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배기량 2000cc 이하 수입차 판매량은 1만10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가량 증가했다. 반면 2000∼3000cc급은 19.4%, 3000∼4000cc급 차량은 30.2%가량 각각 판매량이 감소했다. 특히 4000∼5000cc급 차량은 판매율이 38.9%나 급감했다. 이는 국산차에 비해 대형차 수요가 많은 수입차 시장에서도 높은 연비를 선호하는 소비 성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들은 중소형차를 중심으로 잇달아 신차를 내놓고 있다. 푸조는 연비가 L당 19.5km에 이르는 배기량 1600cc급 ‘308 MCP’를 올해 7월 시장에 선보였다. 폭스바겐코리아도 2000cc급에서 최고 수준의 연비(L당 17.9km)를 낼 수 있는 신형 ‘골프(GOLF)’를 이달 21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국산차를 사려다 연비를 따져 중소형 수입차로 돌아선 고객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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