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가경제가 입는 손실이 크다. 기업들은 모델 하나에 2000억∼3000억 원의 개발비를 투자한다. 해외 경쟁업체가 노리는 핵심기술은 반도체와 정보기술 분야에 집중됐으나 최근 자동차 정밀기계 화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4∼2008년 적발된 기술유출 시도는 총 160건이나 됐다. 기술이 새나갔을 경우 예상피해액은 254조 원으로 추정됐다.
지난 5년간 기술유출의 56%는 전 직원, 27%는 현 직원에 의해 이루어졌다. 인재유출이 곧바로 기술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은 적절한 보상으로 핵심인재를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 해외에선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기술유출이 잦다. 미국 일본은 외국자본이 국가안전과 관련된 자국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거나 투자 중지를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춰놓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이 세계에서 벌이는 ‘핵심기술 헌팅’은 일본도 경계할 정도이다. 우리도 법규 정비 등 대비에 나서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기술유출 시도의 60%가 중소기업에서 벌어지지만 중소기업의 78%가 보안비용으로 매출액의 1%도 쓰지 않을 정도로 보안의식이 희박하다. 몇 년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왔어도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자체 투자와 정부의 지원을 보태 연구개발(R&D)에 열심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 급증했지만 경기불황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 R&D 인력이 외부의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 정부와 관련 단체가 중소기업의 보안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핵심기술을 못 지키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고 나라 경제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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