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수주를 위해 국내 대형건설사가 입찰평가 심의위원에게 억대의 뇌물을 건넸다가 적발됐다. 특히 첩보작전을 펼치듯 고속철도(KTX) 통로에서 1억 원을 전달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0일 공사입찰평가 심의위원에게 거액을 건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롯데건설 권모 이사(52), 강모 전 롯데건설 상무이사(61)와 돈을 받은 대한주택공사 간부인 심의위원 이모 씨(5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본보 8월 5일자 A12면 참조 ▶ 건설사서 돈받은 혐의 한나라 임두성의원 구속
권 씨 등은 2006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화전산업단지 2공구 조성공사(입찰 예정가 759억8000만 원)를 따내기 위해 입찰평가 심의위원인 이 씨에게 1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입찰 전날 서울, 호남, 부산, 대전권 책임소장에게 로비자금을 보낸 뒤 심의위원 예상자의 집 근처에 대기시켜 놨다가 입찰 당일 심의위원이 선정되면 바로 뒤따라가 돈을 건네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전지역 현장소장은 화전산단 공사 입찰 당일 이 씨가 심의위원으로 선정되자 대전에서 부산 입찰 장소로 가기 위해 KTX를 탄 이 씨에게 자기앞수표 5000만 원권 두 장을 건넸다. 이 씨는 돈을 받은 뒤 롯데건설에 높은 평가점수를 줬지만 롯데건설은 공사를 따내지 못했다.
롯데건설은 2006년 1월에도 1100억 원대의 거가대교 접속도로 건설공사 입찰 때 컨소시엄 업체에서 5억 원을 받은 뒤 같은 방법으로 로비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에는 금호건설이 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공사권을 따낸 뒤 입찰 심의위원에게 10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건네려 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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