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특급 아파트를 결정짓는 5대 요소가 있다. 첫째, 유명 브랜드 아파트일 것. 둘째, 환승역 등 유용한 지하철역이 가까울 것. 셋째, 기가 막힌 조망권을 가졌을 것. 넷째, 학군이나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풍부할 것. 다섯째,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유명 백화점 등 수준 높은 상업 시설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도 백화점의 등장으로 인한 인근 아파트 가격 약진은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최근 부산에서 문을 연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세계 최대 연면적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면서 해운대 인근 아파트에 밀리던 센텀시티 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을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다. 고속터미널 인근의 신세계 반포점은 3개의 지하철 노선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인근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가격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중앙선, 분당선 연장선, 경전철 등이 연결되는 국내 최다 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 일대도 민자 역사와 복합쇼핑몰인 비트플렉스가 문을 열면서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달 16일에는 서울 서부 상권의 판도를 바꿔 놓을 37만 m² 규모의 매머드급 복합단지인 타임스퀘어가 영등포 지역에 등장한다.
몇 년 후에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 지상 112층의 제2롯데월드가 초대형 쇼핑몰과 함께 들어설 예정이고, 경기 판교신도시 판교역 인근에는 신분당선 개통에 맞춰 롯데 컨소시엄의 레저쇼핑몰인 알파돔시티가 개장한다.
백화점 덕에 잘나가는 아파트와 반대로 백화점이나 대형 상업시설의 실패로 주변 아파트까지 침체에 빠지는 일도 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있는 테마형 쇼핑몰 쥬네브의 분양률 저조로 활기를 잃은 용인 동백지구 일대 아파트,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던 백화점 건립 계획이 표류하면서 아파트 가격도 정체된 경기 동탄신도시 중심지구의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이런 사례다.
백화점이 들어서기는 좋은 곳이지만 주거 지역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회현역 일대에는 명동 상권을 바탕으로 유명 백화점들이 즐비하지만 인근에서 공사 중인 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은 상당수가 여전히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결국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유명 백화점이 들어설 자리를 따라가면 안전하다는 공식은 부분적으로 맞을 뿐이다. 값이 오를 만한 살고 싶은 아파트에는 백화점 말고도 더 필요한 다른 조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봉준호 닥스플랜 대표 drbong@dakspl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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