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이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 성공을 거두려면 튜닝(자동차 개조) 산업과 모터스포츠, 주문제작 자동차 시장 육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경제연구원은 13일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2.5차 자동차산업의 발전방안’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질적인 고도화를 이루려면 ‘2.5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나 이 같은 산업 전환은 현재의 발전 전략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5차 산업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소비자의 개별 요구를 제품에 반영해 생산·판매를 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선진국 자동차산업은 다양한 고객 요구를 담은 값비싼 스포츠카와 고급차 기술이 양산차 시장 발전을 이끄는 구조지만 한국은 단기간의 양적 성장에 중점을 두다 보니 자동차 시장과 관련 제도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위주로 짜이게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자동차 문화가 발전하지 못해 고급 브랜드를 낳기 힘들고, 중국 등 후발 주자에도 따라잡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로 △튜닝 산업 △모터스포츠 △소규모 주문제작차 시장을 들었다. 자동차 관련 각종 첨단기술 경연장 역할을 하면서 기술 경쟁을 유도하는 영역이다. 그러나 한국은 튜닝 산업의 경우 연간 시장 규모가 미국, 일본의 3∼5% 수준에 불과하고 모터스포츠 경기장은 현재 태백레이싱파크 한 곳뿐일 정도로 여건이 열악하다.
보고서는 2.5차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지나치게 번거로운 튜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소규모 자동차 제작사를 위한 별도의 인증 제도를 운영하며 △자동차 경기장 건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이날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영성과분석과 새로운 성장전략’ 보고서에서 한국 부품업체들이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부품업계 성장이 주로 대기업 계열사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부품 수입액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내수에서 수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업체들의 자동차 부품 생산액 대비 수출 비중은 지난해 21.2%에 그쳤다”며 “이는 일본(44.3%)이나 미국(46.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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