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發금융위기 1년, 선진화 계기로 삼자

  • 입력 2009년 9월 14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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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2008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각국은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다. 올 1분기 중 전 세계 교역량이 27.3%나 감소할 정도로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각국은 실업 사태에 직면했다. 우리나라도 주가폭락 환율급등의 혼란 속에서 충격을 비켜가지는 못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신속하게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주요국의 주식가격이 리먼 사태 이전에 비해 약 80% 수준으로 회복된 데 비해 한국은 1년 전보다 더 높게 상승했고 환율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올 2분기 성장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금융 부실의 처리가 미흡하고 실물 경제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은 탓에 기업의 설비투자와 고용은 여전히 부진하다. 그동안 경기 회복의 원동력이 된 각국의 적극적 정책 공조에 금이 갈 경우 세계 경제는 다시 난관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가 경기회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편 결과 국가 재정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국가 채무비율이 2008년 30.1%에서 올해 35.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금융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한다. 사전에 버블 형성을 차단하고 해외발(發) 금융충격에 취약한 금융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로벌 위기를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작년 말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같은 국가로 세계권력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선진 경제가 극심한 불황을 겪는 데 비해 신흥 세력들은 상대적으로 견실한 상태다. 세계 경제의 판도가 재구성되는 지금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호기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미래 경제성장을 주도할 신(新)성장 동력 산업의 발굴과 육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해외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만큼 주요 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해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기업 노조 등 각 경제 주체와 이해 세력들이 과거의 그릇된 관념과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규제 완화를 가로막고 이미 체결된 FTA의 비준을 훼방 놓는 일부 정치권과 전교조, 민노총 같은 세력들은 민생을 위협하는 경제 위기를 보며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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